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생선 가게를 지키는 도둑고양이' 꼴이 됐다. 많은 언론들이 모른 체하고 있지만, 4·15총선에 이어 3·9 대선에서도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선관위 측 입장은 "부실 관리는 있었을지언정 부정선거는 없었다. 믿어달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지난 5일 투표지를 쇼핑백, 쓰레기 봉투, 택배 박스, 소쿠리 등에 담는 사상 초유의 사전투표 대혼란 상황에서 직접·비밀 투표를 보장하라는 유권자의 항의를 "난동"이라고 했다. 주권자인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무시하는 오만방자한 태도이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달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3·9 투표 혼란을 우려하는 여·야 의원들에게 "걱정 마라, 잘하고 있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동안 선관위는 군사독재 시절조차 최소한 공명정대(公明正大)한 척(?)이라도 하려고 애썼다. 금권·관권 선거 논란은 있어도 투·개표에 대한 신뢰는 높았다. 문재인 정권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중립적이어야 할 중앙선관위원은 모두 친(親)정권 성향 인물로 채워졌다. 문재인 캠프 출신 조해주 씨가 상임위원을 맡아 4·15 총선을 치렀고, 문 대통령은 조 씨를 '꼼수' 연임시키려다가 이번에 좌절됐다.
권순일 후임으로 중앙선관위원장이 된 노정희 대법관은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주심으로 권순일 대법관과 함께 무죄 취지 판결을 주도한 인물이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사건 관련 재판 거래 의혹의 당사자이다. 노정희의 중앙선관위는 또 이재명 후보의 선거공보물 '검사 사칭' 논란에 대해 법원 판결도 무시한 채, 개인 의견을 쓴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이제부터 범죄 전과자가 출마해 공보물에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재판이 잘못됐다"고 할 때 선관위는 무엇이라고 반응할지 궁금하다.
6월 지방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선관위는 이미 많은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고 민주주의의 적(敵)으로 규정되어 있다. 철저한 조사·수사·처벌로 부실 관리와 부정선거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도둑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사람이 진짜 범인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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