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경북도청 신도시, 계획해 만든 도시 맞나?

경북도청 신도시 각종 도시문제는 어설픈 도시계획 탓

경북부 윤영민 기자
경북부 윤영민 기자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2019년 개봉한 영화 기생충의 배우 송강호가 아들 역을 맡은 배우 최우식에게 했던 말이다.

그의 대사처럼 최우식에게는 계획이 있었을까? 전혀 아니다. 부잣집 딸의 과외를 맡은 것도, 동생이 과외를 맡은 것도 모두 계획 없이 시작했다. 그저 중간중간 어설픈 계획만 있었을 뿐이었다.

이 영화의 끝은 어떻게 됐는가? 결국 주인공들은 우울한 결말을 맞았다.

경북도청 신도시가 교통난, 주차난, 학교난 등 무수한 난(難)을 겪고 있다. 수년간 도청신도시의 문제점들을 취재하면서 이들 난의 이유는 결국 어설픈 도시계획으로 귀결되고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에 따르면 신도시를 계획할 때는 사통팔달 교통을 위해 우선 '十'(열십자)를 긋고 시작하는 게 통상적이라 한다. 열십자 도시가 교통을 원활하게 하고 도시 내 접근성을 높이는 데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도로만 잘 정비돼도 각 업무·상업·주거지구를 오가는 데 불편함이 크게 해소된다.

하지만 경북도청 신도시는 이 상식을 깬 도시계획을 세웠다. 기존 숲들을 그대로 두고 도로를 만들어 자연 친화적인 도시를 만든 것이다.

당시 관계자들이 중지를 모은 끝에 열십자는 과감하게 지워졌다. 대신 부채꼴형 도로의 중심상업지구를 중심으로 곤충의 더듬이 같은 곡선의 도로가 그어졌다.

이 같은 도로는 교통 혼잡을 야기했다. 직진으로만 갈 수도 있는 길에 우회전이 생기고 좌회전이 생기면서 차량 정체 구간이 생겨났다.

게다가 대부분 아파트 진입로는 도심 주요 도로와 맞물려 출퇴근 시 교통 정체의 원인이 됐고, 심지어 신호 대기 차량이 꼬리를 물고 아파트 단지에서부터 이어지는 기형화가 빚어지고 있다.

점차 아파트가 들어서고 차량이 늘면서 경찰은 수차례 신호 체계를 조정하고 도로를 수정하기 이르렀다.

이렇게 조정된 도로도 불편하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주민 A씨는 "정체가 시작되면 꼬리물기는 일쑤고, 유턴만 되면 30초 내에 도착하는 곳인데 유턴 구간이 없어 3~5분을 돌아가야 하는 곳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초등학교, 유치원과 맞닿은 상업지구도 주정차 문제를 겪고 있다. 도청 서문과 제2행정타운 쪽 상업지구는 풍천풍서초교와 호명초교가 각각 자리해 주정차가 전면 금지된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있다.

이 때문에 학부모와 상업지구 내 업주들 간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안전을 위해 법에 따라 주정차 단속을 요구하지만, 이곳 업주들은 생업을 위해 상가 인근 주정차 허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서로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상업지구를 둔 것 자체가 문제의 시작이지만, 이런 형태의 도시를 계획하고도 별도 주차장을 조성하지 않은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학교는 또 어떤가. 신도시 내 초·중학교가 각 학년마다 과밀 학급을 겪고 있다. 주민들이 30, 40대가 주를 이루는 신도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탓에 학생 정원이 넘치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청 신도시의 각종 문제는 어설픈 도시계획 탓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그나마 다행은 3단계 도시계획 중 2단계 사업이 이제 막 삽을 뜬 상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의해 짜인 계획된 도시라면 완성된 도시에서는 이러한 모든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 기대한다.

완성된 도시에서는 영화 기생충과는 다른 결말을 맞이하며 "넌 다 계획이 있었구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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