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시작과 끝, 적폐청산과 국민통합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르짖었던 좌파의 '20년 집권론' '100년 집권론'이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처럼 산산이 깨졌다. 10년은커녕 불과 5년 만에 좌초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기세등등하게 집권했던 문재인 정권.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처럼 국민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경험했고,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를 체험했다. 이 결과로 정권이 교체됐다.

문재인 정권의 힘이 살아 있을 때는 전혀 쓴소리를 못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반성문이 쏟아지고 있다. 김두관 의원은 "문재인 시대에 들어 노무현의 원수를 갚는다는 미명 아래 '증오의 대오'를 '정의의 대오'로 착각하는 중대한 실책을 저질렀다. 개혁은 우리만 할 수 있다는 오만과 진영 논리, 내 편 감싸기로 국민과 민주당 사이를 멀어지게 했다"고 했다. 문 정권이 정치 보복을 했다는 이야기다.

이상민 의원의 진단도 있다. "현직 대통령을 내쫓고 문재인이라는 사람을 내세웠는데 민주당이 어떤 행태를 보였나. 우기고, 어거지(억지) 쓰고, 버티고, 상대에게 뒤집어씌웠다. 그래도 안 되면 마지막에 '이명박·박근혜 때보다는 낫지 않냐'고 했다"고 고백했다.

정권심판론에 기반한 이 반성문들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간과한 측면이 있다. 너무도 많은 흠결을 가진 주자를 대선 후보로 뽑은 여당의 잘못된 선택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대장동에서 시작해 대장동으로 끝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역대 대선에서 프레임 씌우기는 있었어도 "자신이 설계했다"고 한 것을 상대 후보에게 뒤집어씌우는 예는 없었다. 오직 당선만을 위해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국민을 패 가르고, 좌우 진영 간 사생결단식의 선거전을 하도록 빌미를 제공했다.

정치발전과 정책선거를 위해서나 네거티브 선거전을 차단하기 위해 반드시 규명하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패자라 해서 어물쩍 넘어갈 일도, 봐줄 일도 아니다. 당사자 후보가 당당하게 특검을 하자고 한 만큼 수사를 통해 엄정히 처리해야 한다.

대선 후보의 부인이 '세금 카드'를 개인 카드처럼 쓴 것도 용납될 수 없다. 일반 회사원도 업무 카드를 쓸 때 엄격히, 조심해서 쓰는데 공직자의 부인이, 그것도 대선 주자의 부인이 쌈짓돈처럼 쓴 것은 선진 국가의 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또 다른 고민은 현직 대통령의 불법행위에 대한 단죄 건이다.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울산시장 선거 개입, 탈원전 직무 유기 등은 문재인 대통령이 개입하고 지시한 정황이 사실상 드러났다. 나아가 현 정부는 외압을 통해 수사를 막고, 수사 검사를 귀양 보내다시피 했다.

우파 진영에선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에 준하는 단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 통합을 최우선 국정 철학으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최대 딜레마다.

그러나 또다시 대한민국 대통령이 구속되는 불행한 사태는 없어야 한다. 대통령 구속의 악순환을 끊지 않으면 국론 분열과 거대 정당(더불어민주당)의 반발로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렇다고 죄를 용서할 수는 있어도 덮을 수는 없다. 대신 대통령이 진솔하게 국민을 향해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과정은 있어야 한다. 국민 통합과 국가 품격을 위해 윤석열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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