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뜨는 해'와 '지는 해' 회동 불발에 정국 경색 우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오후 점심 식사를 위해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 등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오후 점심 식사를 위해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 등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16일 독대 오찬이 당일 오전 전격 취소되면서 권력 이양기에 신구 권력 신경전이 표면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오찬 회동이 당일 취소된 전례가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의 정부 인수인계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윤 당선인 취임 전부터 진영 간 대립이 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날 오전 8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각각 서면 브리핑과 국민의힘 중앙당사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연기 소식을 알렸다. 연기 사유를 두고 궁금증을 자아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언론에서) 추측 기사를 쓸 것은 알고 있지만 연기 사유를 밝힐 수 없다"고 전하는 등 양측 모두 이와 관련해서는 입을 닫았다.

그러자 정치권은 양측 관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라는 해석을 쏟아냈다. 앞서 회동 발표부터 양측이 혼선을 빚는 등 매끄럽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는 등 신구 권력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오찬 사실은 15일 오전 청와대와 당선인 측이 동시에 발표하기로 했으나 14일 저녁 이 같은 소식이 일부 전해지면서 청와대 측이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게다가 공기업·공공기관 인사, 김오수 검찰총장 거취,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를 둘러싼 갈등 등이 여야를 중심으로 노출되면서 양측 관계에 불편한 기류가 흘렀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문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압박하고, 대통령의 인사를 '알박기'라고 폄하하면서 정부여당에서 비공식적으로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온 점은 이러한 분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처럼 사안마다 양측 입장이 상당한 거리를 두다보니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단기간에 다시 잡힐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청와대와 당선인 측의 '강 대 강' 신경전으로 비화해 여야 관계도 급랭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만일 정국 경색이 빚어질 경우 문 대통령이나 윤 당선인 측이 공언했던 '정부의 원활한 인수인계' 역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초창기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해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청와대가 이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칠수록 양측의 갈등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 경우 문 대통령이나 윤 당선인이 강조했던 '국민 통합'은 요원해지며 나아가 차기 정부 초반 국정운영 동력 확보에도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 내에서는 오는 5월까지 문 대통령 임기라는 기조로 31일 임기가 끝나는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 인선을 진행할 경우 당선인 측과 대립이 더 격해질 우려가 있다"면서 "문 대통령도 남은 임기 두 달 동안 이 같은 대치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갈등과 분열을 부추겼다는 비판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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