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 며칠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자들과 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은 2017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이른바 '형수 욕설 녹음 파일'을 기자에게 들려주며 문재인 후보 지지를 당부한 사람이었다. 당시 그는 "이런 인간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랬던 그가 제20대 대선에서는 '이재명이 대통령감이다'고 했다. '이런 인간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말이 '대통령감'으로 바뀌는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사이 이 후보와 관련한 문제가 더 많이 나왔으면 나왔지, 줄어들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다. 거기에 어떤 근거나 이유는 없었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로 볼 때 윤석열 후보가 이길 가능성 90%"라는 기자의 말에 이 후보 지지자인 그는 "그럼, 탄핵해야지"라고 말했다. 아직 출범도 안 했는데 탄핵 이야기가 가당키나 한가. 그런데 그에게 탄핵 추진은 당연한 일인 듯 보였다. 대선 개표가 한창 진행 중인 시각, 유튜브 방송에 나와 "이 후보가 패하면 촛불이든 횃불이든 매일 들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2008년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계기로 약 4개월 동안 '광우병 시위'가 전국, 특히 서울을 휩쓸었다. '뇌송송 구멍탁' '미친 소 너나 먹어'와 같은 간단하고 자극적인 구호들 앞에 논리나 과학, 사실은 무용지물이었다.
광우병 사태가 일단락된 후 시위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광우병 보도는 과장, 왜곡이었지 않나. 중간에 아니라는 게 드러났는데 왜 그렇게 난리 쳤나?" 돌아온 답은 이랬다. "광우병 때문만이 아니었다. 무도한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서였다."
선거를 통해 갓 출범한 정부, 아직 보여준 것도 없는 정부를 타도해야 할 정권으로 규정했던 것이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 PC를 반출한 것을 '(검찰의 증거 조작에 대비해) 증거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이들에게 '사실'이나 '상식'은 의미가 없다. 믿고 싶은 대로 믿고 규정하고 싶은 대로 규정한다. '윤석열이 당선되면 탄핵에 나서겠다'는 말은 빈말이 아닐 것이다. 윤 정부가 잘하더라도 그들에게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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