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청와대와 용산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자리로 이전해 취임 첫날을 맞겠다고 공언했다. 이름만으로도 '권력의 심장부'를 상징하는 청와대가 49일 후면 영욕의 시대를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청와대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총독 관저로 이용됐다. 1948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이곳 이름을 경무대라고 명명하고 관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입주하자마자 이 전 대통령은 망치를 들고 경무대 내의 모든 일본산 전구와 가로등을 깨 버렸다고 전해진다.

4·19 이후 집권한 윤보선 전 대통령은 경무대를 청와대로 개명했다. 오늘날 청와대 모습은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인 1991년 2월에 갖춰졌다. 그런데 청와대는 너무 넓다. 본관 대통령 집무실만 해도 면적이 100㎡다. 책상과 출입문 사이가 멀다 보니 장관이 대통령 보고를 마치고 뒷걸음질로 나오다 넘어지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철회한 것과 달리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런데 장소가 용산 국방부로 바뀌었다. 예로부터 용산은 '서울의 배꼽'이라고 불려 대통령 집무실 적지라는 말이 나돌았다. 하지만 막상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선다는 말이 나온 이후에는 논란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국정과 안보의 최고 컨트롤타워인 대통령 집무실과 국방부를 50일 만에 후딱 옮기는 데 따른 부작용은 없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5월 9일까진 문재인 정부의 임기다. 이사 때문에 국정을 멈출 수도 없다. 국방부 이전은 더 큰 난제다. 국방부는 보안, 방공, 국방 인트라넷 등 수십 년간 우리 군(軍)이 구축한 안보 자산의 집합체다. 사무실 옮기듯 쉽게 생각할 수 없다. 정권 교체기 북한 도발이 우려되고 이제 곧 한미연합훈련도 시작된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라는데 일방통행식 추진이어서는 안 된다. 자칫하다가는 또 다른 제왕적 행태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국정 및 안보 단절이 생겨서도 안 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의지만 확고하다면 지금부터 세밀하게 계획을 수립해 이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청와대에서 하루도 근무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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