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김우석] '이재명 시대', 풍전등화의 공론장

김우석 국민대 객원교수

김우석 국민대 객원교수
김우석 국민대 객원교수

더불어민주당은 이변 없이 '이재명 후보'를 확정했다. 생각해 보니, 이재명 후보같이 좌·우 진영 모두에게 각광을 받는 후보도 없었던 것 같다. 좌측에는 정권 창출의 확실한 카트로, 우측에서는 한 가닥 '희망의 불씨'로 평가된다. 보수진영 인사들은 "상대가 이재명 후보면 해 볼 만하다"고 말한다.

이재명 후보는 선점자로서 광폭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지를 참배하고, '보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장관을 영입했다. 전형적 '통합 행보'다. 경제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많은 국민이 그에게 불안감을 갖고 있는 영역들이다. 지금의 광폭 행보가 '선거용 쇼'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국회 권력에 대통령직이라는 '절대 반지'까지 끼면, '3권 분립'은 법조문에만 있게 되는 것 아니냐"고 한다. 일리가 있는 우려로 보인다.

과거 전과와 향후의 사법리스크, 사법시스템 무력화 기술, 인성을 의심케 하는 기행, 불안한 경제·안보관 등에도 불구하고, 그는 역대 최고 득표율로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그런 줄 모르고 뽑았어?'가 항상 우리의 발등을 찍었다. 대통령이 구체적인 정책 하나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민주주의 수호자'에 대한 의구심이 항상 문제다.

이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표적인 공론장인 '미디어에 대한 태도와 대응'이다. 그동안 민주당의 언론·미디어 정책은 좋은 평가를 듣지 못했다. 국회 권력을 최대한 활용했고, 민노총 언론노조, 시민단체 등이 완장을 차고 앞장섰다. 그런데 이제 행정·입법·사법 권력을 모두 장악한 전대미문의 권력자를 코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확실한 공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민주주의 공론장인 미디어 정책에 대해 몇 가지 체크리스트를 제시하려 한다. 그의 행보가 단순한 쇼인지 진심인지 확인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첫째가 소위 '방송 3법'이다. 민주당이 설혹 정권를 빼앗긴다 해도, 공영방송은 영구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입법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집요하게 입법을 시도했고, 정부는 대통령 거부권으로 이를 막았다. '공영 방송 이사진을 시민단체, 학회 등에 전유시켜 여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평가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거론되는 대부분의 단체들은 '좌 편향'에 '친 민주당' 성향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결정에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행정기관이나 국회가 의사결정을 한다면 국민이 표로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단체들은 어떤 책임도 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지게 할 수도 없다. '국민의 재산'이고 '국가의 공기(公器)'인 공영방송을 국민에게서 빼앗아 일부 무책임한 정치세력의 손안에 넘겨주는 것이다. 이 후보가 이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그는 대통령이라는 '민주주의 수호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둘째는 소위 '징벌적 배상책임제'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도되었다가 야권과 언론의 반대로 일단 후퇴한 정책이다. '명예훼손 등에 대한 민사소송'으로 언론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활용하는 정책이다. 문제는 '매출액 기준'이다. 결국 보도 내용 자체보다 언론사 사주를 길들이기 위한 것이란 비판을 받게 됐다. 게다가 형사적 책임을 그대로 둔 채, 민사적 책임을 징벌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법체제에도 맞지 않는다.

셋째는 이를 관장할 수장에 대한 우려다. 공영방송은 '방송 3법'으로 영구 장악하고, '민영방송'은 '징벌적 배상책임'으로 길들이는 전략을 실행한다면 이를 확실해 추진할 책임자가 꼭 필요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김어준 씨를 의심한다. 그는 문재인 정권 때 '밤의 대통령'으로 통했다. 그가 '온·오프라인 공론장의 대통령'으로 화려하게 복귀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그는 음모론과 각종 규정 위반으로 교통방송에 괴멸적인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가 이재명 정부 방송정책의 수장이 된다면 방송시장은 물론이고 공론장 전체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상의 의혹에 대해 확실히 선을 긋고 국민의 선택을 구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면 수많은 포용정책과 우클릭 행보가 쇼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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