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들이 최근 의료와 에너지, 반도체 분야에서 눈에 띄는 연구성과를 내놓고 있다. 대장암 촉진에 관여하는 세포막분자를 밝혔고, 기존 약물을 경구용 면역 항암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초소형 반도체 조각과 차세대 에너지저장시스템에 활용 가능한 기술들도 개발했다.

◆경북대, 대장암 규명과 먹는 항암 치료법
경북대 약학대학 이유미 교수팀은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오억수 교수팀과 함께 암에서 발현되는 신데칸-2(syndecan-2)라는 세포막분자가 대장암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밝히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저명학술지인 '마트릭스 바이올로지 (Matrix Biology)' 3월호에 실렸다.
신데칸-2는 세포막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이다. 세포 외도메인 중 일부가 세포 밖으로 떨어져 나가는 과정을 통해 '탈락 신데칸-2'를 만들어낸다. 연구팀은 암 미세환경에서 탈락 신데칸-2 펩타이드(아미노산의 중합체)가 암세포로부터 분비돼 대장암의 성장과 전이를 유의하게 촉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대장암의 암화 과정에서 암 세포막에서 떨어져 나온 탈락 신데칸-2 단백질이 암세포와 암 미세환경 세포인 마크로파지, 혈관 내피세포들과의 상호 신호 교환을 매개로 혈관신생을 촉진하고 암 성장과 전이를 촉진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
이유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신데칸-2의 탈락을 억제한다면 대장암 진행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경북대 의학과 백문창 교수팀은 폐동맥 고혈압 치료에 사용하는 멕시텐탄(Macitentan)과 항생제인 설피속사졸(Sulfisoxazol) 약물을 경구용 면역 항암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교수팀은 멕시텐탄과 설피속사졸을 암세포 유래 단백질인 'PD-L1'을 함유한 엑소좀 분비 억제제로 발굴했다. 엑소좀은 대부분 세포에서 분비되는 100nm(나노미터) 크기의 입자로 단백질과 RNA를 포함하고 있다.
암세포는 면역세포 공격을 피해 살아남는 방법으로, 암세포 표면에 PD-L1 단백질을 발현시킨다. 이를 바탕으로 항PD-L1 항체와 항PD-1 항체를 이용한 면역 항암제가 항암 치료제 시장의 대세가 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암세포는 면역 회피 기능을 하며, 특히 PD-L1이 발현된 엑소좀을 분비해 면역세포의 활성을 억제한다.
백문창 교수팀은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약물인 멕시텐탄과 설피속사졸이 엑소좀 PD-L1의 분비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폐암과 대장암, 유방암을 유발한 동물 실험에서 암 증식과 전이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백문창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응용하면 기존 약물의 용량 조절만으로 새로운 면역 항암제를 제시할 수 있다. 멕시텐탄은 경구용 고혈압 치료제이므로 장기 투여 시에도 독성이 적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와 같은 경구용 면역 항암제를 개발한다면 환자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쎄라노스틱스(Theranostics) 1월호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Advanced Science) 2월호에 각각 게재됐다.

◆계명대, 초소형 반도체 조각 기술
조신흠 계명대 화학공학전공 교수와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는 빛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초소형 반도체 나노큐브 정밀 조각 기술을 구현했다. 더 빠른 컴퓨터 칩과 민감도 높은 광학 소재를 향한 도약으로 평가받는 이번 연구성과는 과학·테크 전문매체인 피스닷오알지(Phys.org)와 오크릿지 연구소 뉴스에 소개됐다.
조신흠 교수는 전자 현미경 빔으로 원자 규모의 초미세 구멍을 내 빛의 전자기장 신호를 제어하고 전달하는 패턴 구조를 조립했다. 반도체 나노 입자의 자가조립구조를 전자빔으로 조각을 한 초미세 구조는 전자의 집합적 진동(플라즈몬)으로 극소 공간에 구속된 강력한 전자파를 발현시킨다.
조신흠 교수는 "강력한 플라즈몬 전자파 구속 현상을 실현하기 위해 초미세 나노구조 공정 기술이 필요한데, 산업계는 극자외선(EUV) 반도체 공정의 등장으로 4nm(나노미터) 이하 공정을 향하여 도전하고 있다"며 "1nm 이하 구조는 난제로 남아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대량 1nm 나노구조 틈(gap)을 실현하는 나노 입자 자가조립 기법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나노 입자는 반도체 재료 기반으로 에너지 조정 가능성의 핵심이다. 특히 빛과 전자 두 물리 세계의 장점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나노 크기 큐브 시스템은 특정 위치에서 빛을 극도로 구속하고, 에너지를 조정할 수 있게 해 준다.

◆영남대, 에너지저장 성능 향상 신기술
영남대 화학공학부 심재진 교수 연구팀은 태양전지와 같은 차세대 에너지저장시스템에 활용 가능한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페로브스카이트 슈퍼커패시터(초축전기)'의 전극 물질 개발 대한 연구다. 이번 연구성과는국제 저명 학술지 '에너지 스토리지 머티리얼즈' 3월호에 게재됐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두 종류의 양이온과 산소가 결합한 'ABO'의 구조를 갖는 금속산화물이다.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에서 양이온인 A와 B를 다른 원소로 부분 교체하면 전극 성능과 촉매 성능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심재진 교수는 "란타늄망간산화물 페로브스카이트에서 A위치의 란타늄 일부를 스트론튬으로 치환하면 B위치에 있는 망간의 일부가 3가에서 4가로 변하게 돼 전자 이동이 자유로워져 전자전도도가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우수한 성능을 가진 전극 물질을 개발한 것은 물론, 에너지저장시스템의 성능 향상에 필요한 이론적 배경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산업적 가치가 높다.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재생에너지로 손꼽히는 태양·풍력에너지는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해 에너지저장시스템의 개발이 중요한 과제이다.
심 교수는 "금속산화물 결정인 페로브스카이트는 가볍고 저렴해 에너지효율과 내구성만 향상되면 태양전지용으로 크게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연구에서 발견한 전극 성능 향상 기술을 사용하면 페로브스카이트를 태양전지 전극 소재와 촉매 물질 등으로 상용화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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