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지방선거 변수들

박상전 정치부장
박상전 정치부장

대구·경북 시·도민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보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배출해 내는 데 성공하자 오랜만에 정치적 자존심을 회복하는 분위기다. 큰 표 차로 승리를 이끌진 못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상처받은 자존감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TK 지지세를 발판으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험지 확장성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승기를 잡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결국 TK 지방선거 향배가 향후 정국 풍향계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TK의 지방선거 최대 변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부상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통령이 24일 대구 달성군에 온다.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여서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메시지가 나올 경우 그 파괴력은 공천권에 버금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달성군 국회의원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다. 박 전 대통령의 심기를 누구보다 잘 살펴야 할 정치인이다. 그는 현재 인수위원회의 핵심 인사다.

김용판 의원(대구 달서병)은 지난 총선에서 "박근혜 정권의 수문장이 되겠다"며 충성 맹세를 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대구 지방선거판 총사령관 자리에 올랐다.

'골수 친박' 김석기 의원(경주)은 중앙당 선거 실무를 총괄할 조직부총장에 임명됐고, 원내수석부대표인 송언석 의원(김천)도 기획재정부 근무 시절 '박근혜 키드'로 꼽힌다.

이래저래 박 전 대통령이 지방선거에 영향력을 가질 것이란 전망이 확인되는 부분이다.

물론 반대 여론도 있다. 정치적 흥망성쇠를 모두 맛본 박 전 대통령이 또다시 정치에 발을 들이진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정치인 박근혜' 이미지를 고수하기에는 그도 너무 지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정치 불개입설에는 박 전 대통령의 '와병설'도 자리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했다고 한다. 현 정부가 급하게 사면한 이유가 건강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 개입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가정할 경우에는 최대 변수도 달라진다. 인수위원회 활동에 돌입한 윤 당선인과 핵심 측근들, 이른바 '윤핵관'의 의중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진다.

대구·경북은 역대로 국민의힘 전략지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실험대가 돼 왔다. 이에 따라 차기 국정 플랜을 짜는 윤석열 정부 초기 위정자들이 TK 그림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공천 기조가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차기 정부가 변화의 기조를 크게 잡고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다면 대구·경북의 광역·기초단체장 교체 폭은 예년보다 훨씬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여기에 이미 윤 당선인이 공약한 여성가족부 폐지나 청년 우대 정책이 실현되려면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공천 기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지난달 초 예비후보 등록을 기점으로 '지방선거 대전'은 이미 시작됐다. 누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든지 간에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은 이제 막 회복해 가는 TK의 정치적 자존감만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선거에 미치는 어떤 변수보다도 무서운 게 민심이기 때문이다. TK 민심을 잘 헤아려 어느 때보다도 신중한 공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구 권력과 TK의 새로운 도약, 동반성장을 위해선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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