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5월이 되면 코로나19 유행도 정점을 찍고 상황이 상당히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팬데믹 위기를 통해 드러난 취약한 공공의료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대선 전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의료민영화가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SNS 등을 통해 퍼졌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을 맡았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의료민영화를 1도 이야기한 바 없다. 오히려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건강보험 혜택을 중증 질환과 공공의료부터 적용하자는 건강보험 공공정책 수가 도입이 윤 당선인의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공공정책 수가'에 주목하자.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은 의료민영화의 대상이다. 의료를 공급과 수요로 나눠 본다면 현재 논란은 의료 공급의 민영화다. 즉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과 의사를 관리하는 주체를 국가와 지자체가 아닌 민간이 맡는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더 이상하다. 2020년 기준 전체 우리나라 보건의료기관 7만3천514곳 중 공공병원은 3천801곳(5.2%)에 불과하다. 민간병원이 압도적인 의료 공급의 중심이다. 병상 수(8.9%)와 의사(10.4%) 역시 공공은 민간의 10분의 1에 그친다.
그런데 왜 의료민영화가 도입되면 의료 체계가 붕괴될 듯 말할까. 논쟁의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때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의료민영화는 수요 측면, 즉 국민 또는 의료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얘기였다. 쉽게 말해 태어나자마자 당연히 의무가입되는 국가의 건강보험이 아니라 민간보험사의 건강보험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두고 벌어진 논쟁이었다. 최상위 부자들은 연간 수천만 원씩 보험료를 내고 영화에나 등장할 만한 초호화 병실에서 최상급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부자들이 제 돈 내고 좋은 서비스를 받겠다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도입한 국민건강보험은 상호부조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 따라서 고소득자들이 민간보험 가입을 이유로 국민건강보험을 탈퇴하면 보험 체계가 급속도로 부실화해 결국 붕괴하게 된다. 상당히 복잡하지만 요점은 이렇다. 당시 의료민영화 논란은 현재와는 결이 다르다는 점을 짚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공공의대 신설을 추진한 바 있다. 아울러 2025년까지 지역 공공병원을 20곳 이상 신·증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의료 공백이 채워질지는 의문이다. 공기업조차 이윤을 추구하는데 공공병원은 안 그래도 될까. 적자가 나면 세금으로 보전해야 하는데 국민들은 동의할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의료 인력 확충은 가능할까. 윤 당선인은 국립대병원과 상급종합병원 분원을 설치해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을 이들에 위탁 운영하는 방식으로 지역의 필수 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공공병원을 새로 짓는 게 아니라 상급종합병원과 연계 또는 위탁 운영해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물론 이런 방식을 도입한다고 해도 앞서 의문에 대한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의료수가를 현실화해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공공정책 수가'도 같은 맥락이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돈이기 때문이다. 상당한 반발과 진통이 예상되지만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재배분하느냐가 공공의료를 담보할 첫걸음이 될 것이다. 과연 새 정부가 의료수가라는 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다룰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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