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량지출 10조원 이상 감축 등 재정지출 강력 구조조정 돌입

기재부,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 확정
코로나19 대응 지출, 위기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축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이인영 통일부 장관(가운데) 등 국무위원들이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9일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재량지출을 10조원 이상 절감하는 등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의결·확정했다.

각 부처는 지침에 따라 내년도 예산 요구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둔 만큼 향후 지출 방향이나 정책과제는 일부 조정될 수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의 기본 방향으로 '재정의 필요한 역할 수행'과 '지속 가능한 재정 확립'을 설정했다.

경제·사회구조 전환에 대응해 필수적인 재정을 투입하되 전면적인 재정 혁신을 통해 재정지출을 완전히 재구조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소상공인 긴급 금융지원이나 고용유지지원금, 방역 지원 사업 등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큰 폭으로 늘어난 한시적 지출을 위기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법으로 지출이 강제된 의무지출은 향후 법령 개정 등을 통해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선 방향을 검토한다.

연간 300조원이 넘는 재량지출은 10% 절감을 목표로 세웠다.

연례적으로 이월이나 불용이 발생하는 집행 부진 사업은 최근 집행 실적에 따라 지출 규모를 10∼50% 줄이고 공공부문이 직접 사용하는 업무추진비·특별활동비 등 주요 경비도 감축한다.

이에 따른 지출 감축 규모는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은 "재량지출은 인건비나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고 절감이 가능한 모수를 산정해서 구조조정을 하는데 통상적으로 약 10조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 된다"면서 "재량지출 절감과 코로나 한시 지출 정상화를 고려하면 (이번 절감 규모는) 통상적으로 매년 절감하는 규모보다 어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재정준칙의 원활한 도입을 목표로 "준칙 도입 취지를 최대한 존중해 내년 예산안 편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기재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은 오는 2025년부터 매년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3% 이내로 통제하는 것이 골자다.

기재부는 2020년 말에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방안을 담아 국회에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관련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아울러 정부는 유사한 기금을 통폐합해 기금 간 칸막이를 해소하고, 특별회계·기금의 여유 재원을 동원해 정부 재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사회보험 역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4대 연금을 중심으로 중장기 재정 추계를 내실화하는 등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을 마련한다.

구체적으로 분야별로는 보건·복지 분야에서 초저출산 대응에 재원을 집중적으로 배분하기로 했다.

임신·출산·육아 전 주기에 이르는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보육·돌봄 서비스의 질을 더욱더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민생 분야에서는 식료품·에너지 비용 등 생활물가 안정을 지원하고, 주거 부담 완화를 위해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도 늘린다.

중소기업의 맞춤형 디지털 전환을 바탕으로 민간 주도 고용 창출을 유도하며, 아동·청년·여성·농어민 등에 대한 맞춤형 사회 안전망을 강화한다.

위기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채무 관리와 경영 개선, 재창업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회복·재기(Re-START)' 사업을 추진한다.

교육 분야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산업 구조 재편 등 변화에 대응한 교육 재정 구조 개선을 검토한다.

최 실장은 "이번 편성지침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도 실무적으로 협의를 했다"면서 "오는 4월 말∼5월 초에 공약 국정과제가 어느 정도 구체화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반영해서 5월 초에 추가적인 보완 지침을 각 부처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