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영진 대구시장 불출마 "새 정부 출범 새 시대, 새 사람이 대구 이끌어야"

尹정부 입각설엔 선 그어…權시장 지지층 어디로 향할지 관심 쏠려

권영진 대구시장이 30일 오전 중구 대구시청 브리핑룸에서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권영진 대구시장이 30일 오전 중구 대구시청 브리핑룸에서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권영진 대구시장이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로써 '첫 3선 대구시장'이 되겠다던 권 시장의 꿈은 일단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대구시정도 8년에서 막을 내리게 됐다.

권 시장은 30일 대구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번 민선 8기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선의 꿈과 소명을 잠시 생각해봤지만, 역시 포스트 코로나19와 새 정부가 출범한 새 시대에는 새로운 사람이 대구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드리는 것이 대구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권 시장은 이날 회견에서 8년 간의 시정을 회고하며 '야당 시장'으로 지낸 5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권 시장은 "8년 전 대구를 혁신하라는 시민 여러분의 명령을 받아 취임한 이후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해왔다고 자부한다"면서도 "그러나 8년 임기 중 5년을 야당 시장이라는 어려운 환경에서 일해야 했고,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모든 것을 멈추게 하고 혁신으로 가는 앞길을 가로막았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극단적 진영대결과 네 편, 내 편이 극명한 정치지형에서 야당 시장으로 일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다"며 "'대구 코로나'라는 조롱과 '대구 봉쇄'라는 모멸스러운 순간도 겪어야 했고, 시장인 저를 신천지로 모는 정치적 낙인찍기조차 감내해야 했다. 가짜 백신 사기사건의 주역으로 내몰리기도 했다"고 격정을 토했다.

권 시장은 "위대한 대구시민들이 계셔서 그 모든 난관을 잘 이겨낼 수 있었다. 지난 8년 간 대구 혁신과 코로나19 극복에 함께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지난 8년 간의 혁신을 통해 미래를 향한 초석은 어느 정도 다져놓았다고 자부한다. 대구시장으로서 제 소명과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30일 오전 중구 대구시청 브리핑룸에서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불출마 선언을 마친 뒤 시청 관계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권영진 대구시장이 30일 오전 중구 대구시청 브리핑룸에서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불출마 선언을 마친 뒤 시청 관계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선거 기간 스스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깐부'라고 강조해왔던 권 시장은 이날 회견에서도 윤 당선인과 협력할 수 있는 사람이 차기 대구시장이 돼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윤 당선인과 정치적 대립각을 세워오다 대구시장에 출마한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구을)을 에둘러 견제하는 발언으로 풀이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권 시장이 윤 당선인과 만난 직후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점을 들어 입각설에 힘을 싣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권 시장은 "지난 대선에서 대구는 높은 득표율과 투표율로 윤 대통령 시대를 여는 중심에 섰다. 대구를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하는 당선인은 대구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이 남다른 분"이라며 "다음 대구시장은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대구 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끌 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면서 대구의 발전을 이끌어갈 적임자인지 시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들이 현명하게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권 시장은 이날 입장문을 발표한 뒤 별도의 질의응답을 갖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다만 기자들과 인사하며 향후 진로에 관한 질문에 "한동안은 좀 쉬고 싶다. 어머님 건강이 좋지 않으신데 못 다한 효도를 하려고 한다"며 입각설 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권 시장이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발표하면서 전국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대구시장 선거 판도가 어떻게 변화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0~15% 수준을 기록하던 권 시장의 지지층이 어느 후보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선거 구도는 크게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현재 국민의힘에서 전국 단위 지명도가 있는 홍준표 의원과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출전을 공식화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 입성에 맞춰 최측근 유영하 변호사의 출마도 거론되고 있으며,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과 권용범 대구경북벤처기업 협회장이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표밭을 갈고 있다.

국민의당 출신 사공정규 동국대 교수까지 국민의힘 합당을 전제로 가세가 점쳐지고 있는데다, 류성걸 의원(대구 동구갑)의 출전에 대한 소문도 꾸준히 돌고 있다.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2018년 대구시장에 출마했었던 김형기 교수도 최근 출마 방침을 굳히고 31일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며, 검찰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교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상환 변호사 역시 곧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패배 이후 불리한 전장에 선 민주당에서는 서재헌 전 지역위원장이 빠르게 출마를 선택했으며 김동식 대구시의원도 출마를 준비 중인 가운데 홍의락 전 의원의 가세도 점쳐지면서 경선을 통한 컨벤션 효과까지 기대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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