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제유가-원자잿값 급등에 대구 산업계 비명…‘수주 기피’ 현상까지

전세버스업계 “운송원가 가격에 반영 못 해, 유가보조금도 못 받아”
자동차부품업계 “강판 가격 상승으로 고충, 포스코-완성차업체 가격 협상도 여의치 않아”
건설업계 “철근·비철금속 가릴 것 없이 올라, 수주 포기하는 건설사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해 시멘트 등 건설자재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한 시멘트공장에 시멘트 수송을 위한 화물트럭과 열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해 시멘트 등 건설자재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한 시멘트공장에 시멘트 수송을 위한 화물트럭과 열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국제유가와 원자잿값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대구지역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원료비 급등으로 강판, 시멘트 등 제조업 현장에서 필요한 제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구 전세버스업계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고사 직전에 몰렸다.

한때 배럴당 130달러대까지 오른 국제유가는 지난주 하락 전환하며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연초(76달러)와 비교하면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전세버스업계는 국제유가 급등세에 운행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근희 대구 신동아고속관광 대표는 "경윳값이 너무 올랐는데도 운송단가에 반영이 안 되고 있다"며 "서울 예식장 하객 왕복 수송에 유류대, 통행료, 기사 일당을 포함해 최소 100만원은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전세버스업계는 관광투어 운행이 전무한 상태에서 가뭄에 콩 나듯 하객 수송 건만 들어오는 형편"이라며 "다른 운송집단이 다 받는 유가보조금도 받지 못해 고충이 크다"고 토로했다.

대구 주축산업인 자동차부품업계는 철강사들의 릴레이 가격 인상에 직격탄을 맞았다.

포스코는 올해 들어 후판 가격을 6만원 올렸고, 열연 유통가도 지난달과 이달 각각 t당 5만원, 10만원 인상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후판 가격을 t당 3만~5만원 올렸고, 철근 가격은 이달 들어 2만6천원 인상했다.

철강사들의 제품 가격 연쇄 인상은 국제적으로 철광석, 제철용 원료탄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다 원자잿값 상승까지 이중고를 겪는 부품업계는 울상이다.

대구 한 중견 차부품업체 관계자는 "강판 가격 급등으로 원재료비 비중이 커져 지난달 매출은 늘었는데 이익은 줄었다"며 "포스코에 가서 가격 할인을 요청하기도 하고 고객사에 단가 인상요청을 하기도 하지만 어느 쪽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입찰을 통해 낙찰된 가격으로 진행하다 보니 무턱대고 오른 원자잿값을 가격에 반영할 수도 없다"며 "대구 자동차부품업계는 반도체 이슈에다 물류비 상승, 원자잿값 리스크까지 연이은 악재를 애써 견디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 또한 시멘트, 레미콘, 철근, 골재, 비철금속 등 전방위적인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한 대구마저 최근 건설사들의 '수주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작년과 지난해 시공비용을 생각하고 계약하려 하지만 급등한 원가 부담에 건설사들이 쉽사리 수주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신뢰도가 중요한 대형 건설사를 제외한 중소 건설사는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계약하지 않은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지금의 건설 원자잿값 상승은 1~2년 뒤 아파트 분양가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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