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주택·건설업계 여전히 찬바람 분다

공급 물량 과잉·대출 규제·원자재비 인상…시행사 고전
유연탄 가격 상승이 시멘트 가격 부채질…건설사 고민
미분양 많아 시장 부담 가중, 조정대상지역 해제 목소리

지역 건설 현장과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대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 채정민 기자
지역 건설 현장과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대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 채정민 기자

대구경북 건설업계와 주택 시장에 아직 봄바람이 불지 않고 있다. 미분양이 많고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등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은 탓에 좀처럼 숨통을 트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개발, 재건축 바람이 분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대구 사정은 다르다. 이런 움직임은 적지 않지만 사업 시행 속도가 더디다. 공급 물량 과잉과 대출 규제, 원자재비 상승 등으로 예상보다 사업비가 크게 늘어 힘들다는 게 시행업계 얘기다.

수성구에서 재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A 시행사 관계자는 "시공사, 금융기관과의 협의가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비가 올라 공사비도 늘면서 사업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질 판"이라며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원자재비 인상은 건설 경기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시멘트는 건설 현장의 핵심 원자재.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이어지면서 국제 유연탄 가격이 상승, 시멘트 업계가 고전하는 가운데 그 여파가 건설업계에 미치고 있다.

국제 유연탄 가격은 지난 5일 1t당 274.5달러로 지난해 4월(93달러)보다 3배 가까이 뛰었다. 유연탄은 시멘트 제조 원가의 30~40%를 차지한다. 결국 시멘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는 지난해 7월 t당 7만8천800원 수준에서 올 1월 9만3천원으로 급등했다.

분양 시장도 춥다. 국토교통부에 최근 발표한 '2월 주택 통계'을 보면 대구 미분양 주택은 4천561가구로 1월과 비교해 24.0%나 증가했다. 이는 서울을 포함, 대도시 중 가장 많은 물량이다. 경북의 미분양 주택도 6천552가구로 1월보다 25.3% 늘었다.

지역 분양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이 많아 지역 분양 시장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분양 시기를 늦추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지금처럼 침체된 시장 분위기에서 최근 진행된 '대구역자이 더 스타' 청약 결과가 1.71대 1이라는 건 꽤 선방한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미 공급 물량이 많은데 수도권처럼 공급을 크게 늘리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공급 물량을 조절하는 대신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해제하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실수요자가 집을 마련하기 쉽게 해주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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