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폐암, 흡연자 뿐 아니라 비흡연자도 걸리는 이유? '담배 내성' 체질 있다

미국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저널 '네이처 유전학' 논문 게재
흡연 기간 길 수록 기관지 상피세포 DNA 돌연변이 및 폐암 위험 증가
비흡연자도 돌연변이 누적, 반대로 흡연량 많은 흡연자 오래 살기도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서 관계자가 흡연 경고그림이 그려진 담뱃갑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서 관계자가 흡연 경고그림이 그려진 담뱃갑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과학자들이 흡연과 폐암 발생의 유전자 연관성을 최초로 입증했다.

흡연자일 수록 기관지 상피세포에 돌연변이 유전자가 축적돼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한편, 일부 흡연자는 체질적으로 이 같은 돌연변이 유전자 축적을 막아 폐암 확률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유전학'(Nature Genetics) 온라인판에는 미국 뉴욕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Albert Einstein College of Medicine) 과학자들이 수행한 연구 결과 논문이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담배를 심하게 피우는 흡연자는 기관지 상피세포에 돌연변이 유전자가 더 많이 생겨 폐암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돌연변이는 단일 뉴클레오타이드의 변이, 삽입, 탈락 등을 포괄한다.

연구팀은 비흡연자 14명(11∼86세), 비흡연자 19명(44∼81세)의 기관지 상피세포를 분리해 SCMDA(단세포 다중 전위 증폭) 분석법으로 돌연변이 형태를 비교했다.

기존 돌연변이 확인에 쓰던 '단세포 전체 유전체 시퀀싱'(Single-cell whole-genome sequencing) 기술로는 돌연변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오류가 생겨 염기서열을 분석했을 때 결함이 있을 수 있었다.

이번 논문 공동 수석저자인 네덜란드 출신의 분자유전학 석좌교수 얀 페이흐(yan vijg) 박사는 앞서 독자적으로 SCMDA 기술을 개발해 기존 분석법의 오류를 해결했다. 관련 논문은 지난 2017년 저널 '네이처 유전학'에 게재됐다.

얀 페이흐 박사는 "흡연이 폐 세포 DNA 돌연변이를 촉발해 폐암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연관성은 그간 과학적으로 입증될 수 없었다"며 "정상 세포의 돌연변이를 정확히 수량화하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험 결과, 흡연자의 상피세포에서는 노화와 흡연 등으로 인해 발생한 상당히 많은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특히 폐 세포 가운데 기관지 상피세포 경우 암세포로 변할 가능성이 가장 컸다.

폐 세포의 돌연변이 수는 대체로 흡연 기간이 길어지는 데 비례해 증가했고, 이에 따라 폐암 발생 위험도 커졌다.

논문의 공동 수석 저자인 사이먼 스피바크 유전학 교수는 "그동안 흡연자의 폐암 위험이 비흡연자보다 크다는 건 하나의 가설이었다"면서 "이번 실험으로 담배를 피우면 돌연변이 발생 빈도가 높아져 폐암 위험도 커진다는 게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비흡연자도 나이가 들면 기관지 상피세포에 돌연변이가 축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흡연자보다는 그 양이 적었다.

의외의 결과도 나왔다. 실험 대상인 흡연자들의 상피세포 돌연변이 증가세는 흡연 23년째를 기점으로 멈췄다. 또 일부 흡연자 경우 흡연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래 살았다.

스피바크 박사는 "이런 흡연자들은 돌연변이가 계속 축적되는 걸 억제하는 듯하다. 매우 효율적으로 DNA 손상을 복구하거나 흡연을 해독하는 시스템을 갖췄을 수 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폐암의 위험 요인을 조기 진단해 차단하는 단계로 향하는 중요한 진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개인의 DNA 복구 또는 흡연 해독 능력을 측정하는 검사법을 개발하는 데 연구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페이흐 박사는 "개인별로 폐암 위험을 미리 알아보는 새로운 진단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NIH(국립 보건원)의 자금 지원으로 이뤄졌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