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패배한 정당이 정권 이양을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군사작전 하듯' 대못 박기를 시도하는 경우는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5년간 이 정권이 한 일이라고는 적폐 청산 수사를 한다며 온 나라를 뒤집어 놓고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허황한 정책을 내세워 편의점주 같은 소상공인들을 알바생 임금을 착취하는 악덕 기업주로 몬 것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부동산 시장 잡겠다는 호언장담의 끝은 부동산 폭등이었고 '가붕게'는 "강남에 살 필요 없다"며 자신들만 강남에 살 권리를 설파했다.
마스크 대란과 백신 도입 실패에도 불구하고 'K-방역'이라는 미명을 붙인 코로나19 방역 정책은 엉터리로 판명 났다. 18일까지 누적 확진자 수가 1천600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2만2천여 명에 이른다.
2017년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달콤하게 속삭인 '공정과 평등과 정의'는 다음 날 바로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조국 사태가 '내로남불'을 터뜨린 자충수였다면, LH 비리는 그들의 위선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드러내면서 온 국민의 분노를 표출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공정의 가치는 선언만으로, 대통령의 거듭된 선의 표명으로는 절대로 실현될 수 없는 우리 사회가 격렬하게 공감하는 사회적 합의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공정, 정의와 거리가 먼 것이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하고 싶은 것만 했다. 딱 하나 성공한 것이 있다면 지지율이다. 눈 씻고 찾아봐도 박수 쳐줄 정책 하나 없고 정권 창출에도 실패했지만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40%대다. 임기 내내 지지율을 유지한 경이로운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대통령의 아들은 코로나 피해 예술인 지원금으로 1천400만 원을 받았고 지자체에서 또 지원을 받았다. 부인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옷값 논란이나 사저 신축 및 매곡동 사저 매각 관련 구설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직접 해명은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은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지만 퇴임하면 궁색해진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이든, 탈원전 정책이든, 청와대 특활비 문제든 문 대통령이 연루된 의혹투성이 사건들은 두 손가락으로도 모자랄 정도다.
두려울 것이다. 퇴임 후의 냉혹한 평가가. '조용하게 잊혀진 삶을 살고 싶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지만 노무현을 내버려두지 않았듯이, 지지자들도 그를 조용하게 놔주지 않을 것이다.
5년간 이 나라를 이끈 대통령답게 역사와 국민 앞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 퇴임 후라도 사법적인 문제가 제기된다면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라. 새 정부 출범에 박수를 쳐주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리지는 말아야 한다.
모든 국정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 버린 '검수완박' 추진에 대한 입장을 온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문 대통령이 반대하면 더불어민주당이 굳이 이 시점에서 '검수완박'을 추진할 이유가 전혀 없다. 검찰총장과 검사들이 법안을 막아 달라고 호소문을 냈다.
대통령이 국민과 역사 앞에 직접 나설 시간이다. 노골적으로 문재인과 이재명을 지키겠다며 이 나라의 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리려는 검수완박 시도를 중단시키고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퇴임을 앞둔 대통령에게 남은 일이다.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답해야 할 '문재인의 시간'이다. 시간이 없다.
서명수 객원 논설위원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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