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문재인의 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격려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격려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대선에 패배한 정당이 정권 이양을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군사작전 하듯' 대못 박기를 시도하는 경우는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5년간 이 정권이 한 일이라고는 적폐 청산 수사를 한다며 온 나라를 뒤집어 놓고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허황한 정책을 내세워 편의점주 같은 소상공인들을 알바생 임금을 착취하는 악덕 기업주로 몬 것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부동산 시장 잡겠다는 호언장담의 끝은 부동산 폭등이었고 '가붕게'는 "강남에 살 필요 없다"며 자신들만 강남에 살 권리를 설파했다.

마스크 대란과 백신 도입 실패에도 불구하고 'K-방역'이라는 미명을 붙인 코로나19 방역 정책은 엉터리로 판명 났다. 18일까지 누적 확진자 수가 1천600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2만2천여 명에 이른다.

2017년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달콤하게 속삭인 '공정과 평등과 정의'는 다음 날 바로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조국 사태가 '내로남불'을 터뜨린 자충수였다면, LH 비리는 그들의 위선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드러내면서 온 국민의 분노를 표출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공정의 가치는 선언만으로, 대통령의 거듭된 선의 표명으로는 절대로 실현될 수 없는 우리 사회가 격렬하게 공감하는 사회적 합의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공정, 정의와 거리가 먼 것이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하고 싶은 것만 했다. 딱 하나 성공한 것이 있다면 지지율이다. 눈 씻고 찾아봐도 박수 쳐줄 정책 하나 없고 정권 창출에도 실패했지만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40%대다. 임기 내내 지지율을 유지한 경이로운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대통령의 아들은 코로나 피해 예술인 지원금으로 1천400만 원을 받았고 지자체에서 또 지원을 받았다. 부인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옷값 논란이나 사저 신축 및 매곡동 사저 매각 관련 구설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직접 해명은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은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지만 퇴임하면 궁색해진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이든, 탈원전 정책이든, 청와대 특활비 문제든 문 대통령이 연루된 의혹투성이 사건들은 두 손가락으로도 모자랄 정도다.

두려울 것이다. 퇴임 후의 냉혹한 평가가. '조용하게 잊혀진 삶을 살고 싶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지만 노무현을 내버려두지 않았듯이, 지지자들도 그를 조용하게 놔주지 않을 것이다.

5년간 이 나라를 이끈 대통령답게 역사와 국민 앞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 퇴임 후라도 사법적인 문제가 제기된다면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라. 새 정부 출범에 박수를 쳐주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리지는 말아야 한다.

모든 국정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 버린 '검수완박' 추진에 대한 입장을 온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문 대통령이 반대하면 더불어민주당이 굳이 이 시점에서 '검수완박'을 추진할 이유가 전혀 없다. 검찰총장과 검사들이 법안을 막아 달라고 호소문을 냈다.

대통령이 국민과 역사 앞에 직접 나설 시간이다. 노골적으로 문재인과 이재명을 지키겠다며 이 나라의 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리려는 검수완박 시도를 중단시키고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퇴임을 앞둔 대통령에게 남은 일이다.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답해야 할 '문재인의 시간'이다. 시간이 없다.

서명수 객원 논설위원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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