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한민국의 추락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불량 국가'(rogue states)란 말이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앤서니 레이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처음 쓴 용어로 테러 지원국 리스트에 오른 나라를 지칭하던 비공식 용어다. 순화된 표현으로 '우려 대상국'(states of concern)이 있다. 국제적 우려와 비난을 사고 있는 특정 정권에 초점을 맞춰 '불량 정권'(rogue regime)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미국 국무부가 발간한 '2021년 인권 관행에 관한 국가 보고서: 한국' 편을 보면 대한민국은 비록 테러 지원국은 아니지만, '불량 정권'에 의해 '우려 대상국' 또는 '불량 국가'로 전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공직자들은 때때로 처벌받지 않고 부패 관행에 관여했고, 모든 계층에서 정부 부패에 대한 수많은 보고가 있었다"고 했다. 또 "민간과 언론의 표현을 위협하거나 검열했다"고 비판했다.

그 구체적 사례로 LH 땅 투기 의혹 수사, 성남시 대장동 비리, 조국 자녀의 입시 비리, 대북 전단 금지법,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2차 가해 등을 적시했다. "수많은 부패 보고"라는 말은 한국과 비슷한 발전 수준의 나라나 선진국들의 인권 보고서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대단히 강도 높은 표현이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벌어진 숱한 권력형 비리·범죄와 반(反)인권적 행태로 인해 국격(國格)이 얼마나 추락했는지 새삼스럽다.

대한민국 국격의 붕괴는 문재인 정권 임기 만료를 겨우 3주 남겨놓고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권력형 범죄에 대한 국가의 수사력을 취약하게 만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하고 있는 탓이다. 문 정권 아래 벌어진 수많은 권력형 범죄와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의 각종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높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소급 입법 금지라는 보편적 법 정신도 무시한 채 '소급 적용'을 부칙 조항에 버젓이 명시했다. 아마도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국민의 40% 정도는 우리를 지지한다"는 자신감에 바탕을 둔 듯싶다.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말이 사무친다. 어쩌면 '타락한 국민'이 정상 국가를 '불량 국가'로 추락시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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