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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라면 전쟁'…힘 쏟는 세 가지는 바로 '이것'

비빔면·매운맛·프리미엄

비빔면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비빔면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올해도 '라면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라면 업계 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힘 쏟는 세 가지는 '비빔면'·'매운맛'·'프리미엄'이다. 더운 날 수요가 많아지는 비빔면의 판매를 끌어올리기 위해 마케팅이 한창이면서 매운맛 마니아층을 저격하기 위한 더 매운 제품 출시에 분주하다.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프리미엄 전략이 라면에도 붙기 시작한 모양새다.

◆점유율 쟁탈전… 비빔면 전쟁

올해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라면 업계는 비빔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시장 전체 규모는 2조6천억원 수준으로 전년(2조8천억원)에 '코로나 특수'를 누린 것을 제외하곤 수년간 2조5억원 안팎의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비빔면 시장의 경우 2015년 760억원에서 지난해 1천500억원까지 6년새 2배 이상 커졌다. 비빔면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다 보니 마케팅을 통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빔면 시장의 선두 주자는 '팔도비빔면'의 팔도다. 1984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경쟁 업체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잇따라 출시한 탓에 한때 80%가 넘던 점유율은 55~60% 수준까지 떨어졌다. 오뚜기와 삼양은 2020년 3월 '진비빔면'과 '불닭비빔면'을 각각 내놨고 농심은 지난해 3월 '배홍동'을 출시하면서 라면 빅 3사가 모두 비빔면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농심이 20%, 오뚜기가 10% 정도의 비빔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팔도는 바빠졌다. 우선 지난달 '꼬들김'과 '꼬간초'라는 흰 빛깔의 비빔면을 출시했다. 통상 빨간 양념 소스에 비벼먹던 비빔면의 선을 넘은 것이다. 팔도는 소비자들의 출시 요청에 화답한 '모디슈머(Modisumer)' 마케팅으로 최근 중량을 20% 이상 늘린 '팔도비빔면 컵 1.2'를 한정판으로 내놓기도 했다. 방탄소년단(BTS)의 RM이 "팔도비빔면 1개는 양이 적다"며 "1.5배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하면서다.

업계 간 경쟁은 더 과열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모델로 방송인 유재석을 발탁했고 오뚜기는 최근 '진비빔면'을 리뉴얼한 '진비빔면 배사매무초'를 내놨다. 풀무원은 지난해 4월 채식주의자를 위한 '정비빔면'을, 삼양식품은 지난 2월 양을 더 늘린 '비빔밀면'을 출시하면서 후발주자들도 가세한 상황이다.

◆한국인의 맛 '매운맛'

매운맛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선 '맵부심'이 넘쳐나는 탓에, 이들을 사로잡으려는 것이다. 최근 열을 올리는 건 팔도인데, 팔도는 지난 1월 30만 개 한정판으로 선보인 '틈새라면 극한체험'을 정식 출시한다고 했다. 베트남 하늘초를 사용해 기존 틈새라면에 매운맛과 건더기 스프를 강화한 제품이 한 달 만에 완판 된 데다, 추가 생산한 30만 개마저도 조기 소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물이 들어왔는데 노를 젓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팔도는 지난 2월엔 '틈새라면 매운짜장'과 '틈새라면 매운카레' 등 2종의 제품도 선보였고 3월엔 '킹뚜껑'도 정식 출시를 알렸다. 킹뚜껑은 스코빌 지수(캡사이신 농도를 계량화한 수치)가 1만2천SHU로, 현재까지 출시된 국내 컵라면 중 가장 높아 화제가 됐다.

매운맛의 절대강자인 '불닭볶음면'의 삼양식품은 한 발 더 나아가는 모양새다. 삼양식품은 지난달 '불닭짬뽕'과 '불닭스리라차'를 새로 출시했다. 불닭짬뽕은 고기육수에 불닭소스를 넣은 국물 라면이고, 불닭스리라차는 불닭소스에 스리라차 핫소스를 더한 볶음면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매워 화가 날 정도의 맛은 반짝 인기를 넘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면서 "앞으로도 매운맛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라면이 1천원 훌쩍 넘는다… 프리미엄 경쟁도

라면에도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좋은 것·비싼 것을 찾는 이들이 많아져서다. 저출산·고령화로 라면 등 식품의 소비층이 얇아질 것으로 보이면서 수익성을 고민해야 했던 업계는 이번 기회로 제품군의 다변화를 노리고 있다.

농심이 지난 2011년 '신라면 블랙'이라는 프리미엄 라면을 내놓은 이후, 지난해 1월 오뚜기는 한 봉지당 1천800원인 '라면비책'을 선보였다. 같은 해 말 하림은 2천200원 하는 '장인라면'을 출시하면서 프리미엄 라면 경쟁에 뛰어들었다. 라면 한 봉지당 700원의 심리적 저항선을 훌쩍 깬 것이다. 업계는 프리미엄 라면이 단기적인 수익성·이벤트를 노린 것이 아니라 앞으로 라면 구색의 다변화를 위한 선도 차원에서 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라면 전체 시장은 최근 몇 년 간 2조억원대에 머물러 있었지만, 라면 업계의 제품 확대가 이어지면서 중장기적으로는 3조억원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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