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쿠데타는 비슷한 면이 있다. 그 둘을 가르는 기준은 복잡하지만, 일반적으로 '지배자'만 교체되는 경우를 '쿠데타', 구질서가 신질서로 바뀌는 경우를 '혁명'으로 본다. 프랑스 혁명(1789~1794)을 '혁명'이라고 칭하는 것은 구질서(성직자와 귀족이 특권을 누리는 왕정)를 무너뜨리고, 시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의 초석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왕이 저 왕으로 바뀌기만 했다면 '혁명'이 아니라 '쿠데타'로 규정됐을 것이다. 18세기 후반 유럽의 '산업혁명'을 '혁명'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생산 방식의 변화가 사회 변혁(영주·농노→새로운 시민계급 형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촛불 시위를 바탕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혁명을 선언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 순방에서도 '촛불 혁명으로 등장한 정부'라는 입장을 자주 피력했다.
문 정부 등장으로 '권력자'는 '박근혜'에서 '문재인'으로 바뀌었지만 '구질서'는 바뀌지 않았다. 자신들은 지난 정권과 다르다며 만든 '인사 5대 원칙'을 스스로 허물었다. 청문 절차를 무시한 장관급 인사가 30회가 넘었다. 전임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낙하산 인사를 '적폐'로 몰아세우더니, 정권을 잡자마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임기 말까지 알뜰히 공공기관 '알 박기' 낙하산 인사를 단행했다. 대통령의 30년 지기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8개 부처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 안건조정위 신속 통과를 위해 여당 의원을 탈당시켜 무소속 법사위원으로 만드는 꼼수를 서슴지 않았다.
문 정부는 걸핏하면 '촛불' 운운했다. 정치 분야는 물론이고 검찰, 언론에도 '촛불 정신'을 갖다 댔다. 심지어 대통령은 법원에다 대고도 촛불 정신을 받들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촛불 개혁'은 '숙청'에 다름 아니었다. 반대파를 제거하고 제 편을 앉혔을 뿐이다.
문 정부는 '촛불'이니 '혁명'이니 하는 말을 입에 담아서는 안 된다. 그런 말을 하지 않으면 그저 '무능한 정부' '퇴행한 정부'라는 평가로 그칠 수 있다. 하지만 '혁명'이니 '촛불'이니 하는 말을 자꾸 입에 올리면, '혁명'의 이복형제인 '쿠데타'가 생각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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