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계기로 대구시가 2014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5+1 신산업'(미래형자동차, 의료, 물, 에너지, 로봇+ICT)에 대해 업종별 성과와 한계를 짚어본다. 로봇·의료(매일신문 18일 자 3면 보도)에 이어 두 번째 순서는 물·에너지다.
◆물산업
물산업은 대구시가 2019년 물산업클러스터 유치 등 공을 많이 들인 분야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4년 대비 2019년 물산업의 지역 내 비중은 사업체 수 0.04%p(0.43→0.47%), 종사자 수 0.30%p(1.00→1.30), 부가가치 0.83%p(1.37→2.20%) 순으로 증가했다.
현재 물클러스터 내에는 삼성엔지니어링,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과 강소기업을 포함해 141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1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하는 지역 물기업도 2014년 3개에서 지난해 16개로 증가했다. 지난 2020~2021년 환경부가 선정한 혁신형 물기업 20개사 중에서는 대구 물기업만 9개사에 이른다.
제1기 혁신형 물기업 10곳에는 ▷누수감지센서와 수압계를 만드는 '유솔' ▷탁도계와 잔류염소계 등 수질측정장비 제조사 '썬텍엔지니어링' ▷자외선·오존산화설비 제조사 '미드니' ▷PVC상하수도관 제조사 '퍼팩트' 등 대구기업 4개사가 포함됐다.
제2기 혁신형 물기업 10곳에도 ▷부식방지 제수밸브와 자동드레인 시스템을 만드는 '삼진정밀' ▷순수제조설비·초순수제조설비사 '대한환경' ▷스마트 원격검침기 제조사 'IS테크놀로지' ▷상하수도용 나이프 게이트 밸브 제조사 '동해' ▷터브 블로워·컴프레서 제조사 '터보윈' 등 대구기업 5개사가 선정돼 경쟁력을 입증했다.
물클러스터에는 핵심 시설인 물기술인증원을 비롯해 정수, 하수, 폐수, 재이용, 종합관망 시험 등 물산업 5개 분야와 관련된 연구시설이 있고, 기업의 기술개발부터 해외진출까지 전주기를 지원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지역에서는 물산업 육성과 관련한 여러 아쉬움이 터져 나왔다.
우선 운영주체 이원화로 기업 지원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물산업클러스터사업단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한다. 물기술인증원은 그 자체가 환경부 산하 특수법인으로 사업단과 운영이 분리돼 있다.
환경부 산하 2개 기관이 물클러스터를 나눠서 운영하면서 당초 구상이었던 '기업 원스톱 지원'이 삐걱거리는 상태다. 애초 물클러스터 구상은 물산업진흥원을 설립하는 것이었었으나, 물산업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거점시설이 둘로 쪼개졌다.
물산업진흥법은 지난 2011년 18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지만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 다시 물산업진흥법이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고, 다시 4년이 지나 20대 국회에서야 간신히 통과됐다.
이정곤 물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장은 "물클러스터가 생길 때 취지가 좋고 목표는 원대했으나 운영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규제 중심의 환경공단이 사업단을 운영해 기업 지원에 한계가 있고, 인증원도 운영이 분리돼 있다. 두 기관을 물산업진흥원으로 일원화해야 기업 지원이 원활해진다"고 지적했다.
연구개발(R&D) 지원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나왔다.
대구테크노파크 대구과학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분야별 대구시 R&D사업 투자액은 물산업이 55억원으로 5+1 신산업 중 가장 적었다. 이는 미래형자동차(558억원)에 투입된 예산의 10분의 1 수준이고, 물산업 다음으로 투자액이 적은 에너지산업(116억원)과 비교해도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물클러스터 입주업체 모 대표는 "환경공단은 아무래도 기업 지원 인력과 네트워크가 약하다. 대구시가 시비로 일부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연구개발에 목 마른 물기업들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다른 기관 지원사업에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물산업은 수평계열화된 분야여서 강소기업들이 각각의 역할을 한다. 산업이 급성장하기에 좋은 구조를 갖고 있다. 시장이 아직 크지 않은 만큼, 가능성 있는 물기업에 연구개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에너지산업
대구의 에너지산업은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와 연계한 2차전지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에너지산업의 지역 내 비중은 사업체 수 0.09%p(0.81→0.90%), 종사자 수 0.43%p(1.37→1.80%), 부가가치 1.41%p(1.16→2.57%) 순으로 늘었다.
지난해 약 1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2차전지 양극재 소재업체 엘앤에프는 시가총액 약 8조원으로 대구 상장사 중 1위를 기록하며 전국구 기업으로 성장했다. 성서산단 2차전지 장비업체 씨아이에스도 성장을 거듭하며 지역 시가총액 6위를 기록 중이다.
올해 3월에는 지어소프트가 대구국가산단에 1천530억원을 투자해 2차전지 소재 생산공장을 신설하는 투자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어소프트는 올해 2차전지 배터리 소재인 니켈도금강판 생산라인을 짓고 내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2차전지 분야를 지역 에너지산업 중심으로 설정하고 달성2차 폐기물처리장 부지에 2차전지 산업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전지상용화지원센터와 전력저장장치(ESS)산업화지원센터도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승화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에너지산업지원센터장은 "대구가 최근 산업부 공모에서 '사용 후 배터리 시험평가센터 구축사업'에 선정됐다"며 "2차전지와 배터리를 중심으로 에너지산업을 키우는 것이 대구의 향후 먹거리를 확보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구시의 에너지산업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한 에너지기업 대표는 "전기차 지원과 2차전지 지원이 같이 갔어야 하는데 지역기업 규모에 비해 지원이 늦었다"며 "2차전지 분야 중 소재와 부품을 제외하고 전지, 모듈, 회로 등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에너지는 대구뿐만 아니라 경기, 충남, 충북, 경북, 울산, 제주까지 수많은 전국 지자체가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대구 혼자만의 힘으로는 성장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경북에서는 포항시가 지난해 10월 남구 동해면 블루밸리국가산단에 2차전지 종합관리센터를 준공하며 "국내 2차전지 리사이클링 산업의 표준이 되겠다"고 선포했다.
포항시는 지난 2019년 7월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뒤로 2차전지 기술개발 제조도시, 배터리산업 선도도시로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포항시는 ㈜에코프로, ㈜포스코케미칼, GS건설㈜ 등 배터리 앵커 기업 등으로부터 3조2천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구미시도 '구미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엘지비씨엠 양극재 공장을 유치했다. 구미 하이테크밸리에 들어서는 엘지비씨엠 양극재 공장은 LG화학이 육성하는 전기차 배터리용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생산하는 전용 라인으로 건설된다.
한국은행 대경본부 관계자는 "구미는 상생형 일자리 모델인 엘지비씨엠으로, 포항은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에너지산업을 중점 육성하고 있다"며 "대구만의 각개전투보다는 구미, 포항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효율적인 대응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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