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를 임명한 것은 윤 정부에는 '검사 출신 말고는 인물이 없나'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법무부 장·차관에 이어 국가정보원의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장, 법제처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대통령실 인사기획관과 인사·법률·공직기강·총무비서관과 부속실장 등 주요 직책이 모두 검사 출신으로 채워졌다. 이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장도 검사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권에서도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고 검찰 내부에서도 민망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우리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윤 대통령이 검찰 내부 사정에 정통하니 실력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검찰에서 일을 잘했다는 것이 다른 행정 분야에서도 일을 잘할 것이란 보증 수표가 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해 온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하지 못하고 같은 생각만 하다 큰 실패를 저지르는 '집단사고'의 위험성도 크다.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공인회계사이기도 한 이 금감원장은 현대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수사에 참여하는 등 경제 범죄 수사 분야에 특화돼 있다는 평을 받는다. 이것이 윤 대통령이 이 원장을 기용한 이유다. 봐주기 의심을 받은 라임 옵티머스 사건 재수사와 각종 금융범죄 수사를 원활히 지원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 원장이 윤 대통령의 이런 기대에 잘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업무에는 금융범죄 수사 지원 등 소비자 피해 구제만 있는 게 아니다. 더 중요하고 포괄적인 업무는 금융산업의 건전성 확보다. 이는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넓고도 깊은 이해도를 요구한다. 공인회계사 자격이 있다지만 이 원장이 이런 이해도를 갖췄는지 의문이다.
검찰 출신 말고도 능력 있는 인재는 널렸다. 눈을 크게 뜨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아직 검사 체질을 벗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눈을 더욱 크게 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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