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신경이 좋고, 약자 돕는 선량한 변호사."
유족과 지인들은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조빌딩 참사의 무고한 희생자인 김모(57) 변호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청송 출신인 김 변호사는 초등학교 3~4학년쯤 대구로 전학왔다. 그는 학창시철부터 운동신경이 남달랐다. 야구 선수가 되는 꿈도 가졌다. 작지만 다부진 체격에 100m 달리기도 또래 친구들보다 앞섰다.
씨름에도 소질이 있었다. 아버지로부터 씨름 기술을 익힌 그는 고등학교 재학시절 비교적 키가 큰 동창들에도 밀리지 않았다. 김 변호사의 한 동창은 "김 변호사가 키가 큰 동창들을 기술로 다 넘겼다"고 회상했다.
사회에 빠르게 나가고 싶었던 김 변호사는 고등학생 신분을 내려놓고 검정고시를 봤다. 그 결과 서울 소재 법대로 진학했다. 공부에 책임감이 있었던 그는 사법고시까지 합격한 후 다시 고등학교로 돌아왔다. 학업도 학업이지만 동창들과의 유대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30대에 늦은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그는 책을 매우 좋아했다. 어디를 가더라도 꼭 책 한 권을 끼고 나섰다. 또 다른 동창은 "여행 다니면서 책 읽는 걸 좋아했다"고 말했다. 풍부한 독서량으로 김 변호사는 본인이 작성한 시와 에세이를 동창들에게 공유하면서 글솜씨도 인정받았다.
화재 참사의 희생자 중 한 명인 김모(54) 사무장은 김 변호사의 사촌동생이다. 또다른 희생자인 박모(57) 사무장과 김 변호사는 고교 동창이기도 하다. 유족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김 사무장과 오래전부터 가깝게 지냈다.
김 변호사의 아내는 "사촌 동생분 어머니께서 우리 남편을 어릴 때 키워주신 적이 있다. 그래서 사실은 친형제 같은 동생이다. 또 동생도 너무 착하신 분이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성폭력과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이주여성 지원에도 적극적이었다. 지난 11일 장례식장을 찾은 대구이주여성센터 관계자는 "피해를 입은이주여성들에 관심을 많이 갖고 도와주셨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았던 이주여성들도 같은 날 경북대병원 장례식을 찾아 애도를 표했다. 김 변호사의 아내는 "밤늦게 세 분이 오셔서 '감사했다'고 마음을 표했다. 절하는 방법과 향 꽂는 법도 잘 모르셨는데 한국식대로 조문하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변호사 아내는 "이런 사고가 생겨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 사무실 내 직원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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