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민들레모임이 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민들레 씨앗처럼 곳곳에서 민심을 파악해서 국정 운영에 반영하겠다'는 '민들레 모임'을 만들겠다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 '공천 제도' 개혁을 내세운 혁신위원회를 출범하겠다는 것이 뜬금없어 보인다. 공정한 공천은 해결되지 않는 정치권의 해묵은 숙제지만 2년 후의 공천을 지금 논의하겠다는 것이 더 문제다.

국회의원 연구 모임은 국회가 연구비를 직접 지원하면서까지 권장하는 활동으로 '사조직'이라고 할 수 없다. '부엉이 모임' 같은 비밀 모임이 문제지 국회의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의 '민들레 모임'이 사조직이라는 이준석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느닷없이 민들레 모임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 대표가 지선이 끝나자마자 띄운 '혁신위원회'에 맞서는 듯한 양상으로 민들레 모임이 보도되면서였다. 논란이 증폭되고 '윤핵관'의 맏형 격인 권성동 원내대표마저 반대하고 나서면서 장제원 의원과의 갈등설이 제기되는 등 일파만파로 번져 나가자 장 의원은 불참을 선언했다. 그래서 이용호 이철규 의원 등이 주도하는 모양새의 민들레 모임의 15일 출범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이번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고 당내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혁신위의 출범과 당 윤리위원회의 이 대표 성 상납 의혹에 대한 심사 일정 등이 맞물리면서 이 대표와 윤핵관 그룹 간의 갈등은 재연될 것이다.

그럼에도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이 대표지만, 차기 총선 공천권은 차기 지도부 몫인데 이 대표가 왜 공천 제도 개혁에 손을 대려고 할까 의문이 남는다. 아무래도 이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에 재도전하려는 의지를 은연중 내비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당에는 실세를 중심으로 계파가 형성된다. 계파 정치를 비정상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이재명 의원을 대선 후보로 만든 배후에 '7인회'가 있었고 '부엉이 모임'이 역시 막후 실세 역할을 했듯이 말이다. 국회의원들이 지금부터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공천권을 누가 행사할 것이냐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의원의 8월 전대 출마를 두고 계파 간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공천과 직결돼 있다.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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