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대 육성 정책을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지역 내 대학 줄 세우기와 예산 나눠 먹기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교육개혁 방안 중 하나로 지역 중심의 교육체계를 내세웠다. 지역마다 고등교육위원회 설치해 지자체가 지방대(지역인재) 육성을 주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방대에 대한 행정·재정권 중 일부를 교육부에서 지자체로 위임한다는 것.
이 같은 정책이 시행될 경우 지역 맞춤형 대학 정책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지자체 입김이 강해져 '대학 줄 세우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도지사에 고등교육이 종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체장과 친분이나 지자체의 특정 정책 방향에 따라 지원 여부가 결정될 수 있어서다.
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지역 대학들은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지자체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원 여부가 달려 있기에 4년마다 이뤄지는 선거 결과에 예민해지고, 나아가 선거 캠프나 후원에 동원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표를 받아 선출된 지자체장이 대학 구조개혁에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대는 신입생 미충원과 학과 구조조정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부실대학의 퇴출과 경쟁력 있는 대학의 지원 등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정치적 논리에 따라 예산 '나눠 먹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 과거 부실대학 정리 과정에서 기초지자체는 물론 인근 상권과 주민 반대 등 거센 반발이 있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자체장은 선출직 공무원이고,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사립대학 이사장이나 교수들은 지역 사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지방대 지원이 지자체장과의 친소관계나 선거를 의식한 지역 사회 영향력 등에 따라 나눠 먹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지자체의 지방대 육성은 재정 확보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하고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 제도를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유·초·중등교육에 쓰이던 교부금을 대학에도 사용한다는 것.
하지만 법 개정 없이는 어렵다. 교부금법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을 설치·경영하는 데 필요한 재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가 교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자체 관할이 아닌 대학에 교부금을 쓸 수 없다.
이에 단기적으로 지자체와 교육청이 지역 대학과 공동사업을 벌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를 통해 교부금과 지자체 전입금을 대학에 투자하자는 것. 하지만 사업 규모 확대에 한계가 있다. 대학이 필요로 하는 첨단기술 연구개발과 산학협력 등에서 공동사업을 발굴해야 하고, 지자체 전입금도 재정 여력에 따라 제한되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예산을 쥔 지자체에 대학이 종속되면 고등교육 정책이 선거 때마다 오락가락할 것"이라며 "교부금 지원 등 재정 확대가 없는 상황에서 한정된 예산을 따내고자 대학 총장과 교수들이 지자체의 눈치를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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