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에서 횡행(橫行)하는 사자성어는 선당후사(先黨後私)와 자생당사(自生黨死)다. 선당후사가 당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살신성인의 자세를 뜻한다면, 자생당사는 자신은 살고 당은 죽는 정치 행태다.
대선 패배에 이어 6·1 지방선거까지 연패를 당해 난파선 처지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선당후사' 대신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자생당사' 기류가 팽배하다. 정권 연장에 실패했어도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차기 총선에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자칫 공천권을 갖게 될 실세에게 밉보였다가 공천을 받지 못해 무대 뒤로 사라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국회의원들이다.
사실 국회의원들의 몸에 밴 자세는 선당후사가 아니라 자생당사다. 공천에 탈락하게 되면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며 당에 대들기도 하고,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자세로 덤비는 것이 정치인의 볼썽사나운 자세였다. 선거에 출마하면 설사 선거법을 위반하더라도 당선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친다. 그것이 자생당사의 철학이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지방선거 참패 수습에 나선 민주당이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의원의 당 대표 출마 여부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핵심 키워드는 '자생당사'다. 대장동 의혹과 백현동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 사건에 대한 검경 수사가 압박해 옴에 따라 이중 삼중의 방탄복이 절실해진 이 의원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더해 당 대표가 되는 데 정치 생명을 걸었다. 그가 당 대표가 되려는 것은 당을 개혁하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것이다.
반면 친문 등 당내 '비명(非明)계'는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차기 총선에서 벌어질 공천 학살을 우려한다. 두 세력의 충돌은 모두 '자생당사' 때문이지만 명분은 선당후사다. 이재명의 대선 캐치프레이즈가 '나를 위해 이재명'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전대에 출마하게 될 이 의원이 앞으로는 '당을 위해 이재명'을 외칠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 이 의원의 전대 출마와 당선 여부는 여전히 논란이겠지만 이젠 '상수'(常數)로 봐야 한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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