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푸드스토리텔러 노유진의 음식 이야기] 음식 맛의 본질은 무엇인가

프랑스 하면 "미식의 나라"라는 말은 마치 수학 공식처럼 떠오른다. 그렇다면 프랑스 사람들은 모두 미식가일까? 미식가란 맛을 알고 제대로 즐기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미식가들은 정말 음식의 맛에 대해 얼마나 알고 먹는 것일까. 오늘은 지금까지 알면서도 알아보지 못했던 맛의 본질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한다. 혀의 미각세포를 통해 느끼는 짠맛, 단맛, 신맛, 쓴맛, 감칠맛을 우리는 맛이라 하고 코와 목사이에 후각 세포를 통해 느끼는 맛을 풍미라고 한다.

음식의 맛이란 단순히 입과 코의 감각기관을 통해 느끼는 쾌감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이는 빙산의 일각처럼 우리에게 전달되는 현상에 불과한 것이다. 맛이란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즐거움이니 당연히 음식에서 오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음식 자체가 설명하는 것은 맛의 일부일 뿐이다.

그러므로 혀의 미각 수용체에서 느껴지는 맛의 본질을 알아봄으로써 음식 안에 숨어있는 맛의 역할에 대해서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음식을 통해 접하는 맛 중에서 가장 중요한 맛은 짠맛이다. 그 이유는 짠맛이 우리의 생명과 가장 직결된 맛이기 때문이다. 몸속의 혈액은 염분농도가 0.9%로 항상 유지되어야 생명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짠맛은 생명의 맛이라고 할 수 있고 섭취량을 적절히 잘 조절하면 건강하게 장수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생존의 맛은 단맛이다. 단맛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는 맛으로 대부분의 탄수화물은 소화과정을 거쳐 분해되면 단당류 형태로 우리 몸에 흡수된다.흡수된 당은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면서 살아갈 중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그런데 이 맛은 한번 맛 들이면 끊기 어려운 중독성을 주는 맛이어서 한편으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음식의 신맛은 항균 작용과 관련이 깊으며 이는 가장 강력한 저항성을 나타낸다. 각종 발효 식품들은 대개가 탄수화물을 먹이로 미생물이 자라면서 산을 생성한다. 가령 김치의 유산균은 자신이 생육하면서 만들어 낸 유산으로 기타 부패균의 생육을 억제한다. 그뿐만 아니라 산은 유용한 물질로서 건강에 이롭게 작용한다.

문명화가 시작되면서 미생물이 탄생시킨 최고의 결과물로서 신맛이 나는 발효식초와 와인 각종 알코올류는 과학적으로 안전함이 입증됨으로써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문명의 맛으로 접어들게 된 증거다.

누구라도 피하고픈 맛은 쓴맛이다. 음식을 태우게 되어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쓴맛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음식이 상해서 못 먹게 되는 경우에도 지독한 향과 쓴맛을 내기도 한다. 그래서 쓴맛은 원시인류들에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이로운 한약재들과 푸성귀들처럼 입안에서 오래도록 머물게 하는 쓴맛은 약리작용을 나타내기도 한다.

오랜 역사와 전통, 미학과 예술적 감각도 모두 포함된 프랑스 요리가 "미식 문화"라는 칭송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이러한 맛의 본질에 대한 교육을 어린 시절부터 시켜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미각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오감이 발달하게 되고 다양한 식재료들을 경험함으로써 음식의 맛에 대해 배우게 된다. 미각 교육을 받은 후 아이들은 호기심이 더욱 강해지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다섯 가지 감각에 집중하면서 맛을 보고 생산자를 만나 그의 직업과 음식에 대한 역사를 들으면서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뿐만 아니라 기억까지 채울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음식의 맛이란 각각의 맛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가치를 알고 그 맛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여기에 음식의 온도, 색, 질감 식탁의 분위기와 특히 함께 식사하는 사람과의 친밀함 등이 조화로울 때 모든 감각을 통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기억을 많이 만들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기쁘게 먹는 것이 음식의 본질을 가장 빠르게 알아가는 방법이 될 것이다.

노유진 푸드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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