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이철우의 ‘靑農 5천 양병론’

배성훈 경북본사장
배성훈 경북본사장

"농업은 95%가 과학·기술이고 단지 5%만이 노동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농업을 95%가 노동이고, 과학은 5%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으로는 농민들이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

김진홍 두레수도원장은 최근 경상북도 '화공(화요일에 공부하자) 특강'에서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 시몬 페레스 전 대통령의 경구를 소개하면서 과학·기술 농업과 디지털 혁신 농업타운을 강조했다. '몸으로, 체력으로' 하는 농업이 아니라 '머리로, 과학으로' 하는 농업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역설했다. 김 원장이 운영하는 두레마을의 농업은 IT와 SNS 판매를 연계하여 진행하고 있다. 연 소득 1억 원 안팎이던 농장 수입이 3년 만에 10억 원으로 상승했다.

"농사도 경영이고 사업입니다. 경영의 관점에서 농사를 대하고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결국 성공을 거둘 수 없습니다."

대기업 두 곳을 박차고 나와 귀농한 박홍희 굿파머스그룹 대표는 딸기 재배 업계에서 이름난 스마트 농부다. 2㏊ 규모의 유리온실에 환경 제어·생산 관리 기술을 적용해 딸기 재배에 최적화된 스마트팜 '우공의 딸기정원'을 운영한다. 대기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농업에 대입해 새로운 경영 역량을 키웠고, 이를 통해 ㎏당 딸기 판매 단가를 1.5배 높였다. 그도 지난 5월 '화공 특강'에서 과학·기술 농업과 청년 농업인의 육성을 역설했다.

경북도는 민선 8기 농정 비전으로 '농업은 첨단산업으로! 농촌은 힐링 공간으로!'를 선포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일반화하면서 농업 분야 위기를 4차 산업혁명 기술 접목을 통한 첨단화와 농촌 공간 재창출로 극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경북도는 우선 올해부터 5년간 4천300억 원을 투입해 농업의 디지털 혁신 성장을 주도할 청년 농업인 5천 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경북도의 민선 8기 농정 비전의 핵심 키워드는 청년 농업인 육성과 디지털 농업 혁신이다. 현재 농촌 현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사를 포기해야 할 지경에 내몰려 있다. 이런 현실에서 농촌 일손 부족을 덜어 줄 청년 농업인 5천 명 육성은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다. 청년 농업인 육성은 농업인구 감소 등으로 어려운 농업·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희망이자 미래이다. 디지털 혁신 역량이 풍부한 청년 농업인들이 농업과 IT 기술이 만난 '어그테크'(Ag-Tech)에 도전한다면, 농촌에서도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경북도는 청년 농업인 육성과 함께 주요한 키워드로 디지털 혁신 농업타운을 내세웠다. 디지털 혁신 농업타운은 도가 준비 중인 신개념 농촌 마을로 개별 지원을 통해 개인별 농업 역량을 증진시키던 농업 정책에서 완전히 탈피한 정책이다. 마을 전체를 영농법인화시켜 스마트팜과 식물공장 등 첨단산업을 구심점으로 공동 영농 체계를 갖춰 청년 농업인과 기존 농업인이 공존하는 마을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경북도는 오는 9월 2일까지 '경북 디지털 혁신 농업타운' 사업지를 공모한다.

지금 농업은 기술 혁신과 시스템의 변화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때마침 윤석열 정부도 국정 과제에서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농업을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새 정부가 농업 미래를 그리는 방안으로 스마트농업에 주력한다는 점은 경북도의 비전 실현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세계 일류 삼성을 만든 것은 29년 전 신경영 선언이듯이 민선 8기 농정 비전 선포를 통해 경북 농업이 첨단농업으로 대전환하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이철우 도지사의 쉽지 않은 도전을 응원한다. 경북도에서 배출되는 청년 농업인 5천 명이 농업 혁신을 넘어 대한민국 혁신을 이룰 10만 양병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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