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천 병원 화재 사망 간호사, 거동 힘든 투석환자 대피 돕다 숨져

5일 오후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이 사망한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병원 화재 현장에서 소방 등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이 사망한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병원 화재 현장에서 소방 등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천의 한 병원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환자, 간호사 등 5명이 숨진 가운데, 간호사는 투석 환자들의 대피를 돕다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5일 오전 10시 17분쯤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투석 전문 병원이 소재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투석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이 숨지는 등 4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건물 3층의 스크린골프장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스크린골프장 철거 작업을 진행하던 중 천장에서 불꽃이 튀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

화재 이후 불길이 위층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다량의 연기가 발생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로 인해 인명피해는 투석 전문 병원이 있던 4층에 집중됐다. 특히 사망자는 모두 병원에서 나왔다.

사망자의 정확한 신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80대 남성 환자 2명, 70대 여성 환자 1명, 60대 남성 환자 1명에 50대 여성 간호사 1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간호사의 경우 대피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투석 환자들을 보살피다가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고인은 15년 이상 경력의 병원 베테랑 간호사로, 신장실에서 근무했으며 마지막까지 거동이 불편한 투석 환자들을 대피시키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장에서 숨진 환자들도 거동이 불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환자 한 명은 두 다리에 의족을 착용했고, 또다른 환자는 중풍 등을 앓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거동이 가능했던 환자마저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계단에서 의식을 잃고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장재구 이천소방서장은 브리핑에서 "숨진 간호사는 투석 환자를 돌보려다가 사고를 당한 것 같다"며 "3층에서 불이 시작돼 4층으로 연기가 올라오긴 했지만, 서서히 들어왔기 때문에 대피할 시간이 충분했다. 여건상 간호사는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는데, 환자 때문에 병실에 남아있던 걸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화재 당시 병원에는 환자 33명과 의료진 13명 등 46명이 있었다. 건물 전체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진입했을 당시에도 간호사들은 환자들 팔목에 연결된 투석기 관을 가위로 자른 뒤 대피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팔에 연결된 투석기 관은 작동 도중 빠지지 않는 데다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도 많아 대피 시간이 더 소요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투석기는 작동 도중에 빠지지 않아 팔목에 연결된 관을 가위로 잘라 환자들을 대피시켰다"며 "거동이 어려우신 분들은 부축을 받았으나 변을 당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70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화재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위법 사항 발견 시 엄중히 처벌할 방침이다.

이천시는 20명 규모의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려 사고 대응, 이재민 지원, 수습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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