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가 없다.'
경북 울릉군 공직자들과 정치인들이 의료 공백 문제를 해소하려고 저마다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컨트롤타워 부재로 산으로 갈 우려를 낳고 있다.
울릉군에서 종합 진료를 보는 곳은 보건소 규모를 확대해 놓은 울릉군보건의료원(울릉의료원)이 전부인데 이곳 공중보건의(공보의)와 간호사, 약사 등이 부족해 빚어진 것이 의료 공백 문제다.
지역구 한 정치인은 이 문제 해결책으로 경북도립 의료시설을 울릉에 설치하겠다며 도 예산을 따 타당성 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일각에선 울릉 지역 상주 의료 헬기를 도입해 이송을 빨리 할 수 있도록 하자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울릉의료원은 이런 대안들이 달갑지 않다. 의료 서비스 개선을 위해 누구보다 고민하고 있는 건 이곳 의료진일 텐데, 이들은 "여러 대안이 나오는 동안 의료원에 의견을 물어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사실 울릉은 의사 수로만 따지면 인구 1만 명당 17명꼴로, 전국에서도 상위 수준이다. 이곳 의사 15명 중 13명은 공보의지만, 대다수가 전문의로 구성돼 있다. 군대 대신 여기에 온 것이 아니라면 대형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있었을 것이란 말이다.
만약 외과 수술이 이뤄진다면 대형 병원에선 전공의 2년 차와 인턴, 실습생이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에선 전문의 2명이 붙고 산부인과 전문의가 피를 닦는 등 인력 구성이 비교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의료 서비스는 공공의 영역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다른 환경에선 불가능하다고 이곳 의료진들은 말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단지 공보의란 이유로 무시당하기 일쑤다.
전직 공무원이란 사람이 혈압약을 받으러 왔다가 피검사를 해 보자는 공보의에게 "어디 공보의 주제에"라며 무시하고 욕설까지 한 것을 자랑 삼아 말하고 다녔다는 소문은 이곳에선 파다하다.
손질만 잘하면 괜찮은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데도 제대로 된 노력 없이 새로운 것만 도입하겠다는 공직자와 정치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들의 불만도 이해가 간다.
헬기 운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의료인은 "우리 일은 교도소 담장을 걷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이유인즉, 환자가 발생하면 의사 진단이 먼저인데도 헬기부터 부르라고 아우성이란 것이다.
감기로 온 건데도 "폐렴으로 번지면 책임질 거냐", 골절상은 "썩으면 어떡할 거냐" 등 갖가지 말을 하면서 억지를 부려 결국에는 헬기를 탄다. 의료진은 병의 진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굳이 이를 거부했다가 봉변을 당할 수도 있기에 소극적인 의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울릉에서 제법 입김이 세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억지를 부린다고 한다. 헬기를 콜택시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인데, 의료 헬기가 들어왔을 땐 상황이 어떻게 되겠느냐는 걱정이 나오는 건 당연해 보인다.
이런 지경에서 의료 공백을 해결하자며 여러 대책들이 나오고 있으니 의료인들이 곱게 볼 리 만무하다.
지금 의료원을 더 나은 시설로 개선하든, 의료진들 처우를 낫게 하든, 도립 의료시설과 의료 헬기를 유치하든 의료 공백을 겪는 울릉군엔 모두 좋은 대안이다.
하지만 이런 대안을 한곳에 모아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인지, 또는 우려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판단할 곳이 현재 없다.
아무리 몸에 좋다 해도 가려 먹지 않으면 탈이 난다.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각계각층이 한데 모여 논의·결정하고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울릉에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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