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제철소 복구 과정에서 '울고 웃고'

13일 고로는 재가동됐지만 현장은 압연라인 살리기 위해 가정용 드라이어까지 동원
산처럼 쌓인 땀과 기름에 절은 작업복에 가슴 먹먹
국내 2대뿐인 대용량포 방사시스템이 포항제철소 침수 해결에 큰 도움

포항제철소 전력계통섹션 직원들이 침수된 고압차단기에 윤활제를 분사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항제철소 전력계통섹션 직원들이 침수된 고압차단기에 윤활제를 분사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항제철소 고로 3기와 파이넥스 2기가 13일 모두 재가동에 성공했고, 일부 제강 공장도 반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압연 공정 등의 피해는 복구되지 않아 정상 제품 생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지만 이른 복구를 위해 혼신을 다한 이들이 있었기에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태풍이 몰아치던 날 제철소를 지킨 임직원들은 차가 침수되는 등 여러 피해를 입었고, 복구과정에서도 전기감전 등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내놓고 말하기도, 피하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피해 소식에 단숨에 달려온 직원들 역시 고되지만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알려진 포항제철소 직원들의 작업복 세탁물은 복구작업의 고단함을 그대로 전해준다. 성인의 키를 훌쩍 넘긴 높이로 쌓여 있는 세탁물은 대부분 물과 땀에 젖고 흙과 기름때로 절어있다.

경북소방본부가 중앙119구조본부 울산화학센터가 보유한 대용량 방사포가 침수피해를 입은 포스코에서 배수작업을 돕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소방본부가 중앙119구조본부 울산화학센터가 보유한 대용량 방사포가 침수피해를 입은 포스코에서 배수작업을 돕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중앙119구조본부 울산화학센터가 보유한 대용량포 방사시스템도 복구에 큰 힘이 됐다. 포항제철소를 방문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당시 투입된 배수펌프로는 시설물에 가득찬 물을 빼내는 데 어림없다며 국내 단 2대 뿐인 대용량 방사포(분당 최대 7만5천 리터 배출) 투입을 제안하면서 침수문제 해결엔 속도가 붙었다. 이는 대형소방펌프차로 치면 26대가 동시 방수하는 규모다.

포항제철소는 전기를 긴급 복구하기 위해 추석연휴기간 일당 125만원을 내걸고 '전기기술자' 구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포항제철소 공단협의회 측은 '작업 기간은 9월 10일부터 12일까지이며, 일당은 125만원으로 책정됐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태풍으로 냉천이 범람하면서 전기가 끊겨 49년 만에 처음으로 고로 가동이 전면 중단됐고, 이로 인한 하루 피해액만 500억원에 이르는 등 사정이 급박해 이 같은 메시지가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속한 공장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전력 복원 작업을 위해 발벗고 나선 포스코 MZ세대(1980~2000년 초 출생) 직원들도 있었다.

포항제철소 에너지부 전력계통섹션은 전체 직원 34명 중 20~30대 직원 비율이 90%에 달하는 젊은 조직이다. 이들은 고로 재가동을 위해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밤을 새우며 작업에 몰두했다.

전력계통섹션의 남명원 사원(31)은 "처음 겪어보는 초비상 상황 속에서 동료들과 서로 의지하며 격려했기에 긴급 복구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며 "전등 하나 켜지지 않는 공장 안에서 랜턴 불빛에 의지한 채 작업에 몰두한 동료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박세용 사원(30)은 "복구 일정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직원들이 하나가 돼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다"며 "동료들은 침수로 전기 설비와 판넬 물기를 말리기 위해 가정용 드라이어까지 공수하며 제철소 살리기에 고군분투했다"고 했다.

이번 전력 복구 작업을 위해 광양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직원들의 도움도 컸다.

광양제철소 에너지부 전력계통섹션의 김일호 계장(41)은 "포항제철소는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암전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면서 "은퇴한 선배들도 포항제철소 복구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만큼, 곧 정상화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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