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 이재명도 미안함 느껴본 적 있을까?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영문과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영문과 명예교수

자기의 범죄의혹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 조건반사적으로 부인하며 귀찮다는 듯이 꺾어 올리는 이재명의 입꼬리를 보면 '저 얼굴에도 자책, 또는 송구함, 또는 연민의 파문이 번진 일이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성남시장 재직시 시 주관의 대규모 사업팀의 주요멤버로 기용해서 지구 반대편까지 여행도 같이 갔었고 공식 회의에서 일곱 번이나 사업관련 보고도 받았고 그 사업이 잘 끝났다고 그가 시장 상까지 수여했던 가까운 지인이 그 사업의 비리에 대해 조사 받다가 비극을 맞았는데, 모르는 사람이라고 우기면서 그날이 크리스마스라고 산타분장을 하고 어릿광대 흉내를 내는 그를 어떻게 봐야 하나?

지난 대선 유세 때는 대권 장악이 코앞이라 여겨서인지 대체로 고양된 표정이었는데, 대선패배 후에는 겨우 국회의원이나 당대표를 하겠다고 굽신거리고 다녀야 하는 것이 짜증난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의 열렬지지자들에게는 그래도 우러러보기 황송한 얼굴일까?

우리나라에서 도덕성은 아직 정치가의 필수자질로 꼽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정치가에게서 실지로 도덕성을 기대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과거의 정치가들은 누가 봐도 명백한 사안이라도 범죄나 비도덕적 처신의 혐의가 불거지면 그럴듯하게 부인하기 위해서 고심하는 모양새였는데 요즘 정치가들은 '기억에 의하면 몰랐다'라는 요상한 말로 빠져나간다. 자기 지지자들이 자기의 비리나 범죄혐의에 대해 무한히 너그럽다는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겠는가?

우리 정치판에는 깨끗한 정치인이 드물기는 했지만 소수의 청렴하고 성실한 정치인은 각광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비리의 온상, 범죄의 백화점 같은 인물이 담대하고 유능한 인물인양 열렬지지자가 모여들다니, 나라가 망할 징조가 아닌가.

이재명은 그때그때 편의에 따라 자기 아버지를 '초졸이다', '전문대 나왔다', '도박중독으로 가산을 탕진했다', '평생 남의 것 탐하지 않고 성실했다', '환경미화원이었다', '화전민이었다', '공군 하사관이었다', '교사였다', '경찰공무원이었다'등 무려 13가지로 진술했는데, 그의 지지자들은 그것이 규명해야 할 사안도 아니고 이재명을 불신할 이유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가 자기 형수에게 한, 도저히 참고 들을 수 없는 욕설도 시동생이 형수에게 부린 어리광으로 간주한단 말인가?

이재명이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일까? 그는 누구에 대해서 인격적으로 존경의 감정을 느껴본 일이 있을까? 그는 자신의 쾌락이나 이익이나 출세가 아닌 어떤 가치를 위해서 욕망을 자제하고 행동을 삼가 본 일이 있을까? 그에게 '법'은 무엇일까? 어차피 세상은 자기처럼 법 위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지배하는 것인데 잘난 사람들의 거침없는 진전에 장애물이 되니 적용대상을 오합지졸로 제한해야 하는 장치일까?

문재인 정부는 집권 첫날부터 점령군이 점령국 해체하듯이 우리나라를 무차별 구타하고 병균을 살포해서 중환자를 만들었다. 그 폭거에서 회복하려면 몇 세대가 걸릴지 모르고 아주 회복 못하고 사망할 수도 있다. 경제성보고를 조작해서 기어코 폐쇄시킨 월성원전으로 인한 경제손실 7천277억은 우리 국민이 두고두고 갚아야 하고 여기저기 국토를 마구잡이로 깎아서 설치한 중국산 불량 태양광패널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물질과 산사태위험은 여러 세대를 괴롭힐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재명이 집권한다면 문재인과는 비교도 안 되는 뻔뻔함과 저돌성으로 나라를 순식간에 거덜내지 않겠는가?

우리는 지지하는 정치인을 지지할 연예인 고르듯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어느 정치인에게 투표하면 그 결과가 나와 내 세대의 운명을 결정할 뿐 아니라 다음세대, 그 다음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도덕을 철지난 유행으로 생각하면 나라가 약육강식의 야만시대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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