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것 세 가지가 있다. 앞 글자를 따면 '정·비·공'이다. 정답이 없고, 비밀이 없고, 공짜가 없다.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세상엔 공짜가 없다'인 것 같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비판하면서 이 말을 끄집어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데 너무 이상적인 것을 많이 말씀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비판받았던 자신의 기본 시리즈를 확대한 '기본사회'를 제안하고 나섰다. "기본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소득·주거·금융·의료·복지·에너지·통신 등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기본적 삶이 보장되도록 사회 시스템을 바꿔 가야 한다"고 했다. 듣기에는 좋은 말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연설에서 이 대표는 구체적 재원 마련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연간 50조 원이 넘는 기본소득 재원도 마련하지 못하는데 모든 분야에서 기본을 보장하기 위한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을 조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기초연금 하나만 보자. 민주당은 기초연금을 월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기초연금법을 발의했다. 지급 대상을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서 65세 이상 전체로 확대하는 법안도 발의한 상태다. 정부도 기초연금 40만 원 인상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임을 내세워 내년 상반기까지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기초연금을 월 40만 원으로 인상하면 2030년 소요 예산은 약 52조 원으로, 지금보다 12조 원 늘어난다. 여기에다 인구 고령화로 연금 수급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 막대한 재정 비용으로 납세자 부담은 가중할 수밖에 없다. 텅 빈 나라 곳간은 외면한 채 표만 얻어 보겠다는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안 나올 수 없다.
모든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돈을 살포하는 무상 복지 확대는 필연적으로 국가 부채 급증과 도덕적 해이를 낳기 마련이다.
어느 개그맨 유행어 중 '소는 누가 키우나'가 있다. 지금 이 나라에선 소를 키울 사람은 없고 소를 잡아 나눠 주겠다는 정치인들과 포크를 들고 소고기를 기다리며 입맛을 다시는 사람들만 있다. 공짜 소고기는 이 세상에 없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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