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유산을 남겨주신 아버지께.
이번 기회에 아버지의 삶을 찬찬히 돌아보며 '아들로써 아버지께 올리는 편지 첫 머리를 쓴다면 어떤 표현이 가장 좋을까'를 생각해보니 위와 같은 표현이 나왔습니다. 그만큼 아버지의 삶은 저희 6남매 앞길을 밝혀주는 등불이었습니다. 가끔 자식들의 양쪽 관자놀이를 손바닥으로 눌러 잡고는 번쩍 들어올리며 "넓은 세상을 보라"고 하셨던 아버지. 그 덕분인지 저를 비롯한 큰 형님과 네 동생 모두 넓은 세상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포항, 경주 등 여러 곳을 다니며 목수로 일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52세가 되던 해에 뇌출혈로 쓰러지시기 전까지 정말 6남매를 키우느라 항상 열심히 일하셨었지요. 예전 도구해수욕장 옆에 '도구교회' 공사를 맡아 일하실 때 아버지가 일하시던 현장을 갔던 기억이 문득 납니다. 그 때 아버지는 가족들을 불러서 현장을 보여주시곤 했었지요. 중학생이던 저는 아버지를 도와드리기도 했었죠.
또 아버지가 한창 일하실 때 저와 동생들은 근처에 있는 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며 백합을 잡아 삶아서 먹고 놀았던 행복한 기억이 있답니다. 그렇게 아버지와 자식들은 소중한 추억을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행복을 느끼던 것도 잠시, 아버지가 쓰러지시고 나서는 집안도 힘겨워졌습니다. 하필 큰 형은 군대에 있어서 제가 어찌보면 실질적인 가장이 됐던 시기였습니다. 그 때 많이 막막하고 힘들었지만 그 시련 덕분에 제가 강하게 커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또한 하나님과 아버지가 제게 준 유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의 삶에 감동을 느낀 건 쓰러지신 이후 돌아가실 때까지 보여주셨던 기독교 신앙에 충실했던 모습들을 보면서였습니다. 늘 아버지는 사탕을 사서 주변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전도를 해 오셨었죠. 비가오나 바람이 부나 돌아가시기 전까지 대구에서 경주시 안강읍에 있는 교회로 지금은 없어진 '비둘기호'를 타고 예배를 하러 가셨던 모습이 크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특별한 기억이 있어요. 전도를 위해 준비한 사탕이 떨어졌는데 "안강에 있는 교회 앞 가게에서 사야 한다"며 제 손을 이끌고 대구에서 경주 안강까지 갔던 일을요. 처음에는 '동네에서도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사탕인데 왜 굳이 교회 앞으로 가자고 하셨을까' 궁금했지만 아버지께서 전도하신 같은 교인이었던 가게 주인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그래서 같은 신앙을 믿는 사람과의 유대관계를 더 끈끈히 하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미루어 짐작해봅니다.
그만큼 아버지는 신앙을 통한 정신적 성장을 더 원하셨고, 그런 모습이 자식들에게는 큰 울림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만큼 신실했던 아버지 덕분인지 저희 6남매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손자 손녀들까지 모두 올바른 모습으로 성실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모두 아버지가 남긴 믿음의 유산 덕분입니다.
요즘은 아버지가 물려주신 이 믿음의 유산을 아버지의 손자 손녀들에게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옆에 계셨다면 어떤 답을 주셨을지 늘 고민하지만 만족할 만한 해답은 안 나오고 있습니다. 제 꿈에라도 나타나셔서 방법을 일러주시기를, 그렇게라도 아버지를 다시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하늘에서 저희를 살펴주시고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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