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그는 미국 경제가 무너졌다고 주장하고 싶었다. 그러나 공식 통계로는 실업률이 5% 미만으로 매우 낮았고, 계속 하락하는 추세였다. 만약 이럴 경우라면 '실업률은 일자리의 질이나 안정성, 소득 능력을 담지 못 한다'는 식으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실업률 수치가 "완전한 허구"라며 실제 실업률은 35%라고 주장하는 길을 택했다.
자신이 내세우고 싶은 수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전체주의적 독재자가 주로 애용하는 전술이라고 한다. 트럼프의 이런 전략은 통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국가 통계보다 그의 말을 믿었다. 당시 트럼프 지지자 가운데 연방정부가 제시한 경제 데이터를 신뢰하는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그가 취임한 후 실업률이 더 줄어든 게 계기였다. 당시 트럼프는 더욱 개선된 실업률을 예전처럼 무시하기 보다다는 그 공로를 인정받고 싶어 했다. 그의 대변인은 국민을 향해 태연하게 말했다. "대통령께서는 다음과 같이 확실하게 당신(트럼프)의 말씀을 인용하라고 하셨습니다. 실업률은 과거엔 가짜였을지 모르나 지금은 매우 사실에 근접해 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의 뻔뻔함을 보여주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날 법한, 어쩌면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이야기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거짓 정보가 위험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이 사건 이후 트럼프를 반대하는 많은 이들이 대선 전 트럼프 지지자들처럼 정부의 공식 통계를 불신하게 됐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처럼,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가려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우리가 사는 세상엔 수많은 매체와 각종 전문가가 난무한다. 현란한 도표와 놀라워 보이는 숫자에 마음이 흔들리고 속아 넘어가기 딱 좋다. 그럼에도 이런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최소한의 의사결정 필터를 갖춰야 한다.

'슈퍼 팩트'는 이를 위한 책이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파이낸셜타임즈' 수석 칼럼니스트인 팀 하포드가 썼다.
그의 책과 칼럼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경제 원리에 대한 궁금증을 구체적인 사례로 쉽게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 책에서 그는 세상의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짜뉴스가 넘치고, 기업가와 정치인의 말은 미덥지 못한 상황에서 투자 등 중대한 선택을 앞두고 어떻게 할 것인가. TV와 신문, 웹사이트부터 소셜미디어까지 눈길을 끄는 그래픽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다. 각종 보고서의 화려한 도표들은 믿을 만할까.
지은이는 이 모든 물음에 대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숫자와 감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에 기반한 다양한 실험 결과와 통계로 명쾌하게 이를 증명한다.
나아가 감정에 지배되지 않고 오히려 감정을 지배하며, 왜곡되고 편향된 숫자를 배제하고, 명확한 팩트를 발견하는 방법을 전달한다. 이를 통해 팩트뿐 아니라 '보이지 않던 팩트'까지 발견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이것이 지은이가 말하는 '슈퍼 팩트'다. 476쪽. 2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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