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재 국회의원,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문충도 포항상공회의소 회장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이강덕 포항시장과 감정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생긴 김 의원과의 앙금은 최근 주위의 중재로 풀었다고 하고, 설사 사이가 나쁘다해도 정치적인 것이어서 시민들의 삶에는 별 영향이 없다. 문제는 최 회장·문 회장과 이어지는 긴 감정 싸움이다.
최 회장은 포스코교육재단 지원비 삭감, 광양투자 집중, 포스코홀딩스 본사 서울 설립 등 이 시장과 대립각을 세울만한 일을 많이 했다. 최 회장은 포항을 찾아도 고객사 접견이나 골프 외에는 지역과 소통하지 않았다. 포항지역 각 단체들은 이러한 최 회장의 행태를 비난하며 거리마다 '최정우 회장 퇴진'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이 단체들이 모두 시와 관련돼 있다 보니 퇴진운동 뒤에 시장이 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이든 아니든 최 회장과 이 시장의 사이가 틀어져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 갈등에 광양만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포항제철소 1, 2, 3전기강판 공장 규모를 능가하는 4전기강판 공장이 광양으로 갔다. 4전기강판은 포항에서 기대됐지만 입지 등 요건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광양행이 됐다. 포스코케미칼 투자도 광양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급기야 포스코홀딩스 본사 논란으로 큰 다툼이 일자, 광양은 포스코와 포스코케미칼 본사를 달라고 요구했다. 둘의 다툼에 애먼 포항만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문 회장과의 대립은 지역경제계의 대표격인 포항상의 활동 위축으로 돌아오고 있다. 포항상의는 힌남노 태풍 피해 지원활동에 너무 소극적이라며 존재에 의문이 든다는 쓴소리까지 들었다.(매일신문 13일 보도) 포항상의 측은 "뭘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했다. 이 시장과의 반목은 문 회장 가족이 포항시장 유력 후보가 되면서부터다. 이 때문인지 이 시장은 포스코홀딩스 포항본사 유치와 관련된 협약을 체결할 때도 문 회장을 제외시켰다. 자리에 불러놓고 민망하게 배제하면서 감정을 건드렸다. 이후 문 회장도 시장을 피하면서 둘은 멀어져갔다.
최 회장·문 회장과의 갈등은 지역경제를 어렵게 하고 결국 포항 시민들의 피해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어찌됐든 포항의 많은 결정권을 쥐고 있는 이 시장이 풀어야 한다. 본인도 당선 될 때, 박승호 전 시장이 도지사에 도전해줬고, 유력후보가 구속되는 운이 있었다. 정치란 게 그런거 아니겠는가.
하지만 경제는 다른 문제다. 아니꼽더라도 달래고 숙일 필요가 있다. 일반 시민들도 불편한 일이 생길 때 속은 쓰리지만 가족 생각해서 참고 숙이며 산다. 하물며 포항발전과 시민행복을 가장 우선시하는 자리에 있는 시장이라면 더 큰 양보와 포용도 망설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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