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윤석열차’ vs ‘한국號’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 카툰을 두고 논란이 뜨거웠다. 정부는 해당 작품의 수상작 선정·전시에 유감을 표명한 반면 예술인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반발했다.

카툰엔 윤석열 대통령 얼굴을 지닌 열차가 달리자 시민들이 놀란 표정으로 달아나는 모습이 담겼다. 열차 조종석엔 부인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여성이 탔고, 객실엔 칼을 든 검사 복장의 남성들이 탑승했다.

카툰과 관련한 논란을 차치하고 지적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자유로운 표현을 정치적 이유로 가로막으려는 것은 경악스러운 일",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블랙리스트"라고 했다.

'표현의 자유' 운운한 민주당 행태는 어불성설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하는 전단을 국회에 뿌린 30대 청년을 모욕죄로 직접 고소했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대학 건물에 붙였던 청년들은 온갖 고초를 겪었다. 대북 정책 항의 표시로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진 한 시민은 집요한 보복을 당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던 문 정권 인사들이 지금 와서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다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다른 하나는 차제에 실력 있는 카툰 작가가 이 나라를 하나의 배에 비유해 '대한민국호(號)' 작품을 그렸으면 어떨까 싶다. 다섯 달 전 취임한 선장을 끌어내리려는 선원들의 모습이 먼저 카툰에 담길 것이다. 전전 선장도 항해 중에 끌어내렸다며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는 모습 말이다. 선장 편이라는 선원들은 선장을 지키기는커녕 자기 살길을 찾아 눈치를 보는 모습도 담았으면 한다. 공포에 질린 승객들의 모습도 카툰에 포함될 수 있겠다.

카툰에 실릴 게 더 있다. 대한민국호 앞엔 빙산과 폭풍이 몰려오고 있고, 배 주위로는 굶주린 상어 떼가 배가 침몰하기를 기다리며 어슬렁거리고 있다. 배의 조타 장치와 엔진 등은 고장이 나기 직전이다.

이런 대한민국호가 목적지로 제대로 갈지 의문이다. 배 안에 적개심과 악다구니, 싸움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74년 동안 잘 운항해 온 이 배의 앞날이 걱정이다. 윤석열차도 눈길이 가지만 대한민국호를 그린 카툰이 나와 정치인들은 물론 우리 국민에게 경각심을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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