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서 K 콘텐츠가 여러 분야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한국(Korea)를 뜻하는 K에 대중음악(Pop)을 이어 붙인 케이팝 열기는 세계 음악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활동을 중단하긴 했으나 그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드라마, 뷰티산업, 푸드(음식) 등에도 앞에 K가 붙어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올 들어서 특히 눈길을 끌고 있는 분야는 'K방산'이라 부르는 우리 방위산업이다. K방산은 차세대 수출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지난 7월 폴란드와 K2전차 1천 대, K9자주포 648문, FA-50 경공격기 48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셋을 더한 평가액은 40조 원대. 국산 무기 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이 소식은 한국산 전차, 전투기가 처음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한 것이란 점에서 뜻깊다. 아시아와 북미 중심에서 유럽으로 수출 시장을 확대, K방산의 세계화가 본궤도에 오른 것이란 의미가 있어서다. 올여름 주식 시장을 이끈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2차전지·방산·원자력) 주식에도 방산이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격세지감이다. 방산이라 하면 '비리'란 단어를 떠올리던 게 엊그제인데 이젠 K 콘텐츠 중 하나란다. 수출하는 제품도 다양해졌다. 함정과 탄약 중심에서 전차, 장갑차, 자주포, 전투기, 유도무기 등으로 수출 제품군이 늘어났다. 최근 미국 CNN은 K방산 특집을 보도하면서 '한국의 방위산업은 이미 메이저리그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K방산의 약진은 우리가 검증된 무기를 제때,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 덕분이다. 분단 국가라는 아픔이 여기선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늘 전면전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 무기의 품질과 생산 능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했다는 것이다. 또 여러 무기 영역에서 고루 중상위권 이상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전면전을 가정하고 있어서다.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다. K방산이 힘을 발휘하는 바탕이기도 하다. 방산의 신기술은 다시 제조업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구조인 셈. 지역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최근 경북 구미에 국내 대표 방산 업체들 중 한화시스템㈜이 2천억 원, LIG넥스원이 1천100억 원을 투자(매일신문 10월 13일 2면 보도)하기로 한 것은 희소식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등 각 기관의 통계에 미뤄 보면 방산 수출 시장에서 한국은 세계 8위 정도라고 한다. 1위는 짐작하다시피 미국.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러시아, 프랑스와 함께 '빅4'에 진입할 수 있을 거란 장밋빛 예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각국이 급히 국방력을 강화 중이어서 가성비와 적시 공급성을 갖춘 K방산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릴 필요가 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듯 K방산이 더 성장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 무기 수입국들이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등을 요구할 때 정부의 외교력, 협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기는 '살상'을 전제로 한다. 그런 만큼 수출에 있어 원칙도 필요하다. 수출 물량을 늘리는 것 이상으로 수출의 정치외교적 측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우린 이미 쓰라린 식민 지배, 전쟁 피해 경험이 있다.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이 했던 짓을 따라 해선 안 된다. 독재 국가, 권위주의 국가가 내미는 손은 잡지 말아야 한다. 물이 들어와도 노를 잘 젓지 않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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