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열풍'이 뜨겁다. 김훈의 소설 '하얼빈'은 40~60대 남성층에서 많이 읽히며 22만 부가 판매됐다. 하얼빈 의거 직전부터 순국까지 마지막 1년을 담은 뮤지컬 영화 '영웅'은 12월 개봉한다. 이 영화가 원작으로 삼은 뮤지컬 '영웅'도 연말에 대구, 서울에서 무대에 오른다.
안 의사는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회자되는 영웅이다. 국론이 분열되고 경제 불황이 닥쳐 와 심신이 지칠 때면 국민은 안 의사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얻는 것이다.
안 의사가 남긴 유묵 가운데 정치인들이 자주 인용하는 게 있다.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이다. '이로움을 보면 옳고 그름을 생각하고 나라 위기를 보면 목숨을 바친다'는 뜻이다.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여순감옥에서 순국하기 전 옥중에서 남긴 유묵으로 유명하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정치인들의 속성이라는 것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 정치인들이 보여 주는 행태는 안 의사가 역설한 견위수명과 거리가 멀다. 북한은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 등을 쏴 대며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안보 위기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으로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미증유의 안보·경제 위기가 닥쳐왔는데도 정치인들은 나 몰라라 하며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국민의힘은 위기에 대한 절박감이 안 보이고 위기를 헤쳐 나갈 역량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빚을 내 집을 산 국민들이 고통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며 경제 평론가인 양 얘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북한의 연쇄 도발로 인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한미일 해상 훈련을 두고 '친일'이라 공격한 데 이어 정부·여당을 두고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신이 처한 사법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안보 위기를 활용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정치가 바로 서야 안보·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데 정치인들은 위극 극복에 앞장서기는커녕 훼방만 하는 형국이다. 견위수명은 고사하고 이익만 좇는 정치인들은 안 의사에게 회초리를 맞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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