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시장의 자금 경색의 진원지로 은행이 꼽힌다.
최근 은행들은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크게 올리고 은행채를 대거 발행하면서 시중 자금과 채권시장 자금을 사상 최대 규모로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 자금…은행으로, 은행으로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0일 현재 정기예금 잔액은 모두 796조4천514억원으로 9월 말(760조5천44억원)보다 35조9천470억원이나 늘었다.
아직 월말까지 열흘이나 남았지만, 이미 월 증가 폭(35조9천470억원)이 지난달(30조6천838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한은 통계에서 앞서 9월 5대 은행을 포함한 예금은행의 정기예금은 32조5천억원이나 급증했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한달 사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5대 은행의 추세로 미뤄, 9월에 이어 10월에도 전체 은행권 정기예금의 증가 폭은 다시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 확실시된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불어난 5대 은행 정기예금만 141조5천155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은행 정기예금에 시중 자금이 몰려드는 것은 7·10월 두 번의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p〉 인상)을 포함한 빠른 기준금리 인상이 예금 금리에 반영되면서 금리가 5%를 넘는 상품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은행채가 전체 발행 채권 절반에 육박
이처럼 예금이 급증하는 와중에 은행들은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대규모 채권(은행채)까지 팔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9월에만 모두 25조8천800억원어치의 은행채가 발행됐다. 월별 은행채 발행액으로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10월 들어서도 이미 20일 사이 16조4천700억원어치의 은행채가 또 발행됐다.
이에 따라 전체 발행 채권 대비 은행채의 비중은 금액 기준으로 이달 20일 현재 43.3%까지 치솟았다. 올해 3월 10.4%에서 불과 6개월 사이 30%p이상 뛴 것으로, 대표적 우량 채권인 은행채가 채권 발행 시장의 거의 절반을 장악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인 일반 회사채에 대한 수요는 더 줄고, 금리는 더 뛰며, 발행 유찰이 잇따르면서 채권 시장은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최근 은행이 채권 발행을 늘린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채권을 통한 직접 자금 조달에 실패한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아무리 예금 재원이 많다고 해도 은행 입장에서는 추가 자금을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에 대응한 측면도 있다. LCR은 향후 30일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현금·국공채 등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로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 등 단기간에 급격히 예금 등이 빠져나갈 경우를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을 갖추라는 취지의 규제다.
금융당국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직후 당초 100%였던 은행의 LCR 비율을 85%로 낮춰줬는데, 지난 7월부터 순차적 정상화 절차가 시작돼 4분기 기준이 92.5%까지 올라가자 은행들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채권 발행을 늘린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채권 시장 자금 경색에 대해 은행권의 적극적인 자금 공급을 요청했고, 은행권은 규제 완화 등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동성 비율 규제 예외 등을 포함해 은행의 적극적 자금 공급을 위해 필요한 여러 조치 등 은행권의 건의 내용을 당국에 서면으로 이번 주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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