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화 생환 광부, '폐갱도 존재 몰랐다' 업체 주장 반발…"모두가 아는 사실"

"관리감독의 적절한 조치만 있었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다"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로 221시간 동안 고립됐다가 생환한 광부 박정하(62) 씨가 8일 커피믹스를 타고 있다. 그와 작업보조원 박모(56) 씨가 고립 기간 커피믹스 30개를 사흘에 걸쳐 식량 대용으로 마셨단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로 221시간 동안 고립됐다가 생환한 광부 박정하(62) 씨가 8일 커피믹스를 타고 있다. 그와 작업보조원 박모(56) 씨가 고립 기간 커피믹스 30개를 사흘에 걸쳐 식량 대용으로 마셨단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고(봉화 아연 광산 매몰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

경북 봉화 아연 광산 매몰 사고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광부 박정하(62) 씨가 연일 광산업체의 부실한 관리실태를 폭로하고 있다.

업체 측에서 '이번 사고 원인이 된 폐갱도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박 씨는 9일 인터뷰를 통해 "갱도(사고 원인이 된 폐갱도)가 있다는 것은 거기서 작업하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제1수직 갱도에 덤프를 이용해 갖다 부은 슬러지가 물을 따라 슬라이딩되면서 붕괴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에 갱도를 완벽하게 폐쇄 조치한 다음에 슬러지를 충진(쌓는)하는 식으로 작업을 했다면 이렇게까지 큰 사고는 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너무 안일하게 대처를 했기 때문에 이런 큰 피해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산 현장 자체의 작업 환경에 대한 문제도 꼬집었다.

박 씨는 "이곳에 슬러지는 물하고 만나면 죽으로 변하는데, 비가 많이 오면 틈새를 타고 (죽이된) 슬러지가 제1수직 갱도 전체로 퍼져 나간다"면서 "항상 이런 상황에서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사고처럼 한꺼번에 갑자기 (펄이) 밀려들어올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지만, 염려는 했었다"고 했다.

업체가 이번에 흘러내린 슬러지를 두고 '연대 미상의 펄인 줄 알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해당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얼마 전에도 (폐기물을) 갖다 부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광산업체를 관리하는 감독기관에 대한 문제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작업을 하는 막장이나 안 하는 막장이나 안전하게 보존되고 작업을 할 수 있는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를 관리감독 기관이 정확하게 판단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동부광산안전사무소가 갱내 충진 작업 중지와 인력의 접근을 통제하라는 안전 명령을 내려놓고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박 씨는 "당시 '작업해도 괜찮다'라는 얘기를 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계속 작업을 강행을 했던 거고 우리도 거기에 따라 안전하니 작업을 해도 괜찮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작업을 한 게 아니겠냐"며 "(이를 점검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적절하게 했다면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가 있었겠냐, 나는 거기에 대해서 화가 나는 사람"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사고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수사가 마무리 되면 자세한 내용들을 설명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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