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6살이고 패션 사업을 합니다. 정장을 만들어요."
지난 8일 SNS 이용자 이모(20) 씨는 낯선 사람으로부터 메시지를 한 통 받았다. 비슷한 나이에 준수한 외모의 상대방은 외국에서 일하다가 한국에 들어와 부산에서 사는 패션 디자이너라고 소개했다.
며칠간의 대화로 급속도로 가까워지자 상대방은 돌연 인터넷 방송 사이트에 돈을 충전해놨다며 환전을 부탁했다. 수상함을 느낀 이 씨가 실제로 만나고 싶다고 하자 대화는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이 씨는 "돈을 찾기 위해서는 보증금 200만원을 먼저 입금했어야 했다. 그때 사기임을 깨닫고 만나자 했더니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최근 SNS를 통해 만나 호감을 표시한 뒤 돈을 갈취하는 사기 수법인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연애 감정을 통해 신뢰를 쌓은 후 '주식' '보증금' '비행기 티켓' 등으로 투자나 송금을 유도한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발생한 온라인 사기는 모두 65만6천192건이다. 유형별로는 온라인을 통한 직거래 사기가 43만8천705건(66.85%)으로 가장 많았고, 로맨스 스캠·가상자산 투자 사기가 16만8천953건(25.74%)으로 뒤를 이었다.
사이버 사기의 피해자는 주로 SNS를 많이 이용하는 20대, 30대다. 사이버 범죄 피해자 73만3천185명 가운데 20대가 26만8천151명(36.57%)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30대(19만6천명·26.73%), 40대(12만236명·16.39%), 10대(8만5천569·11.67%) 순이었다.
로맨스 스캠을 비롯한 사이버 사기의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피해자도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탓에 검거나 처벌이 매우 어렵다.
경찰 사이버 수사대 관계자는 "수사관 한 명당 거의 70, 80건을 담당할 정도로 사건이 너무 많다"며 "외국 업체의 협조를 얻기가 힘들고 압수수색 영장도 제한이 있다. 특히 해외 가상화폐 사이트들이 사이버 범죄에 많이 악용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비대면 범죄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사이버 수사요원 특채 등 전문 수사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계명대학교 김중곤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비대면 범죄는 증가하는데 개인정보 보호법 등으로 경찰이 접근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 대한 입법 보완과 금융당국의 수사 협조가 필요하다"며 "로맨스 스캠 등 신종 수법에 대해서는 예방을 위한 홍보 활동을 중점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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