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기업이 있다면 단연 ㈜한신이 아닐까? 분유 캡에서부터 스푼, 인몰드 컵에 이르기까지 한신의 제품은 유제품이나 커피 등을 매개로 순간 순간 소비자의 손길을 탄다.
우유 뚜껑을 따거나 스푼으로 요구르트를 먹을 때 마다 한신을 만난다. 이 생활친화형 기업은 반(反)플라스틱 운동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환경과 안전을 최우선시 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
경북 김천 태생인 김현태 한신 회장은 눈앞의 이익을 창출하기 보다는 신뢰와 소통을 역설했다. 소비자든, 직원이든, 거래처든 마음을 얻지 못하면 일을 이뤄낼 수 없다는 믿음이다. 대구경북의 젊은이들에게는 "원칙을 갖고 살 되 위기가 닥치면 헤쳐 나가면 된다"며 '잡초 근성'을 당부했다.
-32년 역사의 플라스틱 종합성형 전문 회사다.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은?
▶생산 품목이 200종이 넘는다. 하하, 다 내 자식 같은 데…굳이 들자면 캡 종류다. 요구르트·우유·분유 캡 등 종류가 다양하고. 안전 캡이라고 뚜껑이 분리되지 않게 설계된 제품이 있다. 실용신안 등록을 인증 받았다. 클린 캡은 내부에 스푼이 부착돼 사용하기 편리하고 위생적으로도 안전해 시중의 반응이 대단히 좋다. 또 6대의 대형 생산설비에서 신속하고 안전하게 빵·우유·음료·주류·계육상자 같은 다양한 크레이트를 만든다.
-안전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제조업에서 안전 보다 중요한 게 무엇이 있겠나. 저희가 보유한 설비는 크게는 700t 규모다. 대형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안전보건공단 총괄부장 출신인 강낙진 자문위원장을 영입해 꼼꼼하게 체크한다. 또 경각심을 늘 유지하면서 회사 문화로 정착시키고 있다. 안전에 관한한 무사고를 자랑하고 있다.
-친환경 차원의 연구개발은 어떻게 진행하나?
▶오래 전부터 숱한 고민을 했고, 국립 공주대학교·한신대학교와 산학협력관계를 맺어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2018년도에 플라스틱 제조업체에서는 최초로 환경부로부터 '친환경 인증마크'를 획득했다. 한신은 친환경에 대해 늘 고민하고 연구해 후손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줄 것을 다짐한다. 한편으론 플라스틱을 줄이는 전(全)지구적인 추세에 맞춰 친환경플라스틱 생산과 개발에 힘쓰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B2C(전자상거래)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궁금하다.
▶협력사에 제품을 납품하다 보니 반응이 좋았고, 일반 제품의 데이터가 축적됐다. 그래서 인터넷 판매를 시도한 게 '김치 자르미'인데 인기가 많았다. 이 밖에 스푼이나 스포키를 인터넷 판매처인 쿠팡, 네이버, G마켓 등을 통해 유통한다. 갈수록 자신감이 생겨 유산균 제품과 더불어 코로나 19 상황에서는 마스크를 포함시키는 등 인터넷 쪽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된 '한신쇼핑몰'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협력사인 연세생활건강에서 생산하는 홍삼·유산균 제품의 인터넷 판매수익금은 전액 사회에 환원하기로 손 잡았다. 구매해 주시는 소비자의 성원이 가장 큰 힘이다.
-북 도발과 금리 인상, 원화 약세로 기업이 아우성이다.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맞다. 얼마 전 IMF(국제통화기금)가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경제의 약 1/3이 이미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했다. 내년이 더 춥고 힘들 것이라는 의미로 본다. 저희도 올해 초 원재료 가격이 치솟아 협력업체들과 납품단가 인상 협상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롯데제과를 비롯한 여러 협력업체에서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의 정신으로 도와줘 단가를 어느 정도 인상할 수 있었다. 다만 영업이익률 하락은 피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매출액이 증가해 수익률 하락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 저렴한 원재료 확보, 경비 절감 등을 적극 실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한신은 매출액이 지난해 42%, 올해 상반기 28% 성장했고, 영업이익률 15%, 부채비율 120%대를 유지하는 등 성장성·수익성·안정성 모든 면에서 재무구조가 우량한 중견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해는 대한민국 강소기업 대상을 받았다. 이제 업종을 다양화하고, 신사업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친환경·식품·글로벌유통 등의 M&A도 시도하고 있다. 산업은행 부행장을 지낸 성기영 부회장이 M&A를, 대통령을 6명 지킨 경호관이자 공학박사인 이병춘 부사장이 생산·관리를 담당한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누구와 어떤 일을 하는 지가 중요하다"며 숙의(熟議)와 협업을 강조했다.
-경영 철학을 듣고 싶다.
▶한신을 이끌며 눈앞의 이익 창출에 몰입하기 앞서 신뢰와 원칙으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며 공감하고 소통해왔다고 자부한다. 그 것이 결국 협력업체와의 상생의 길임을 지난 32년간의 수많은 경험을 하며 깨달았다. 앞으로도 신뢰와 원칙을 중심으로 혁신 미래를 열어 갈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0년이 넘게 존속한 기업은 전체의 2% 밖에 되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라도 사업 초기의 마음가짐을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절감한다.
-사회공헌에도 적극적인 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저희 회사 홈페이지 초기 화면을 보면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에 공헌하며, 윤리경영을 추구한다고 돼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활동, 기업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확고해 졌다. 제가 기업을 혼자 힘으로 할 수 있었겠나. 도움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대구경북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면?
▶저도 아들이 둘 있다. 사실 우리 세대가 기업할 때는 무대포 정신이 있었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그런데 지금은 절박한 심정으로 끝까지 해보겠다는 각오가 부족해 보이는 것 같아 아쉽다. 물론 MZ세대의 인식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들만의 문화는 변화하는 세상에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그런 MZ세대의 문화에 스스로 강해지려는 '잡초 근성'이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계획을 귀 뜸해 달라.
▶코로나 19로 시작된 대변혁의 시대다. 전반적인 생활방식이 급변하고 있고, 기후변화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치가 부각 되고 있다. 시장이 변화하는데 조직이 머물러있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도약의 길을 열어 가겠다.

김현태 회장과 ㈜한신
청년 김현태는 목회자의 꿈을 꾸며 한신대학교 신학과에 진학했다. 어려운 집안 형편은 장남인 그에게 부모님과 동생이 먼저 라는 생각을 하게 했고, 결국 집안의 기둥이 되기로 결심한다.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마친 뒤 영업을 시작해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다. 하나님이 그 길로 이끈 것 같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이후 매일유업과 인연을 맺고 1990년 서울 영등포에서 플라스틱 사출 제조업의 첫발을 뗐다. 초기 거래처가 매일유업, 남양유업 단 두 곳 뿐이었지만, B2B(기업 대 기업 거래)에 집중해 롯데제과, 동원에프앤비 등 20여개 거래처로 확장했다. 시작은 미미하되 창대한 결과다. 마음을 열고 신뢰와 우정을 나누는 '섬기는 리더십'이 바탕이 됐다.
2009년 자리잡은 경기도 평택 본사에서 눈길을 끄는 건물은 휴양지 빌라형의 외국인 근로자 숙소다. 8개국의 직원들은 매주 일요일 아들인 김성철 사장(목사)의 집전으로 예배를 하며 타국살이를 잊고, 우의를 다진다. 일학습병행제 산학기관이자 병역특례 업체로서 내국인들은 군대에 가지 않고, 장학금으로 대학 과정을 이수하며 월급을 받아 한 번에 3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재경김천향우회장으로서 김천15만명, 출향인 25만명 등 40만명에 달하는 향우들을 소통과 대화로 아우르며 고향 발전을 위한 지원에 힘쓰고 있다. 한신대 글로벌평화센터 자문위원·독일미텔슈탄트연구소 운영위원, 한국강소기업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고, 카이스트 컨버전스 AMP경영대상(2019년)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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