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중의 연쇄 정상외교가 끝나자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나섰다. 보름 전, 발사 후 정상 비행에 실패했던 것과 달리 이날의 ICBM은 미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정도로 성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18일 오전 10시 15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ICBM 1발을 포착했다. 비행거리는 약 1천㎞, 고도 약 6천100㎞, 속도 약 마하 22(음속의 22배)로 탐지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군이 북한 ICBM 발사를 포착한 뒤 국가안보실로부터 즉각 관련 보고를 받았고 한·스페인 정상회담 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찾았다.
윤 대통령은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한미 간 합의한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적극 이행하며,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라"며 "미국 및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규탄과 제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합참도 한미 간 공조회의를 한 뒤 "북한의 ICBM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이자 심각한 위협 행위"라며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과 전문가들은 이날 발사된 ICBM은 지난 3일 발사했으나 2단 분리 후 정상 비행에 실패한 화성-17형을 재발사한 것으로 분석한다. 고각 발사 방식으로 쏘아 올려 6천100㎞를 상승한 만큼 정상각도(30~45도)로 발사했다면 사거리가 1만5천㎞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본토 전역이 타격권에 든다는 얘기다.
다만,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화성-17형이 최종 성공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린다. 그럼에도 고도, 속도, 비행시간 탐지 결과 등으로 볼 때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도발의 시점을 두고는 아세안 및 주요 20개국(G20),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제(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중 연쇄 정상회담 직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회담 과정에서 중국이 여전히 한반도 문제와 관련 미국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등 중국 입장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뒤 대형 도발이 감행됐다.
관련국들이 북핵 문제를 두고 '한미일' 대 '중러'로 진영 논리에 따라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등 상황을 두고 북한이 자신감을 얻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토 위협의 위기에 놓인 미국은 이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에이드리엔 왓슨 대변인을 통한 성명에서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실험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행동은 북한이 국민 안녕보다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우선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들 및 파트너들과 긴밀한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