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53년 전 야당=민주당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선배 언론인 한 분이 일독하라며 박정희 대통령의 1969년 10월 10일 대국민 담화문 일부를 보내왔다. 가슴을 때리는 글이었다.

'내가 해온 모든 일에 대해서 지금까지 야당은 반대만 해왔던 것입니다. 나는 진정 오늘까지 야당으로부터 한마디의 지지나 격려도 받아보지 못한 채 오로지 극한적 반대 속에서 막중한 국정을 이끌어 왔습니다.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한다고 하여 나는 야당으로부터 매국노라는 욕을 들었으며 월남에 국군을 파병한다고 하여 "젊은이의 피를 판다"고 그들은 악담을 하였습니다. 없는 나라에서 남의 돈이라도 빌려 와서 경제 건설을 서둘러 보겠다는 나의 노력에 대하여 그들은 "차관 망국"이라고 비난하였으며 향토예비군을 창설한다고 하여 그들은 국토방위를 "정치적 이용을 꾀한다"고 모함하였고 국토의 대동맥을 뚫는 고속도로 건설을 그들은 "국토 해체"라고 비난하였습니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야당에 대한 울분과 한스러움이 담화문 곳곳에 묻어난다. 박 대통령은 "만약 야당의 반대에 못 이겨 이를 중단하거나 포기했더라면 과연 오늘 우리가 설 땅은 어디겠습니까"라며 격정을 토로했다.

'박정희 독재'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야당이라고 할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반대 등 대안은 없이 사사건건 반대만 일삼은 야당에 국민이 지지를 보내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야당이 수권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탓에 박 대통령의 장기 집권이 가능했던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 77건 중 한 건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법안 발목 잡기로 새 정책을 펴 볼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출범한 정부 가운데 첫 6개월 동안 법안을 제출해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한 건 윤 정부가 사실상 처음이다. 53년 전 박 대통령이 개탄한 야당과 지금의 민주당이 쌍둥이처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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