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의 법적 근거 마련하려는 국회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관련 특별법들이 해당 국회 상임위원회를 거쳐 법안소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를 위해 총 9차례에 걸쳐 노력했다. 하지만 경주 중·저준위방폐물 처분장 확보를 제외하고 모두 실패했다.
정부의 구체적 처분사업 일정 부재, 법·제도 미비, 지역주민과 국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 부족 등이 실패 요인으로 꼽혔다. 이러는 사이 각 원전에 임시 보관 중인 고준위 방폐물 포화 시점은 촉각을 다투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고준위 방폐물 관리의 제도적 근거 마련을 위한 특별법 2개가 잇따라 발의된 바 있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을)은 정부와 원전업계 등 의견을 반영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같은 당 김영식 의원(구미을)은 원전학계 등 입장을 들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2개 법안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 설치 근거 및 관리 계획 수립 등 사항, 관리시설 부지 선정 절차 및 관리시설 주변지역 등 지원 방안을 담았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다만 김영식 의원안은 관리시설 운영 시점을 법률에 명시했고, 고준위 방폐물 재활용을 위한 근거를 담아 차이가 있다.
2개 법안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뒤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 회부됐다. 지난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과 함께 소위에서 병함심사 될 예정이다.
해당 소위는 오는 22일 숨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열린다. 그간 원전 업계는 원전 내 임시로 보관된 고준위 방폐물 포화시점이 임박한 만큼 올해 내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뒤 내년부터 후속 절차를 밟아 영구 처분시설을 조속히 건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22일 소위에서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을 두고 제대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야권에서 최근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내년도 정부 예산을 전액 삭감하려고 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궤를 같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나온 제1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재검토하느라 임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지난해 말에야 제2차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을 담은 김성환 의원안이 병합심사 될 것으로 예상되나 진정성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제도화 및 현실화할 경우 원전 생태계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셈이어서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반대측 입장에서는 탈원전 생태계 고리를 끊을 수 없게 돼 달갑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22일 소위에서 야권이 적극적인 심사 의지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현실화 될 경우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논의는 연내 처리가 어려운 수순으로 흐를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다음달 9일까지의 정기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여야 간 공감대 형성, 공론화 수준 제고가 시급하다"면서 "신속히 소위 문턱을 넘은 뒤 전체회의 공청회 등 입법 후속조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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