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여야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두고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선(先) 예산안 처리·후(後) 국정조사 협의'가 협상 카드로 떠 올랐다. '경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기존 태도에서 물러난 국민의힘의 제안에 더불어민주당이 "의미있게 생각한다"고 평했기 때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주례 회동에서 야당에 이런 방식을 전달했다.
주호영 대표는 이날 "예산 처리 이후 협의에 응해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며 "가급적 (여야가) 합의해서 예산 처리 후에 할 수 있도록 하는 생각인데 당의 동의를 구하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진전된 의견이고 전향적 입장을 내준 것이라 평가한다"며 "마냥 시간을 끌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그런 진정성을 수용해 저희도 내부 검토를 해 보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의 이러한 전략수정은 21일 의원총회에서 감지됐다. 주 원내대표는 의총 후 "국정조사가 필요하면 언제든 할 수 있다. 단, 수사 결과를 봐서 부족하거나 미흡하면 해야 한다"는 다소 양보 된 결론이 나왔다고 기자들에 전했다.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의총에서 여소야대 지형 속에 윤석열 정부의 법안과 예산은 없어지고 이재명표 예산만 살 수 있다는 현실적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오후 원내대표 회동에서 예산안 처리를 먼저하고 국정조사를 합의하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민주당은 일단 여당의 제안에 대한 내부 검토와는 별개로 '24일 국정조사 계획서 채택'은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은 국회의 피할 수 없는 책무"라며 "어떤 경우에도 민주당은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하겠다"고 시한을 못 박았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후 주호영 원내대표 제안을 "진전된 입장"이라 평가하며 "오늘 의총에서 이런 의견에 대한 보고와 부의의 과정 거쳤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은 특위명단을 제출해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주 원내대표가 추진하는 국정조사 협조는 아직 당론으로도 모이지 않아 후폭풍이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날 야3당이 제출한 국정조사 계획서는 대통령실·국무총리와 정부 각 부처 등 윤석열 정부를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아직도 '선 수사 후 조사'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며 "어제 협상안이 원내대책회의, 의총에서 논의된 내용은 아니다"라며 "그 입장을 바꾸려면 주 원내대표가 의원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오후 3시 한 언론사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제안한 최종안을 일단 받아보겠다"면서 "내일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따라서 오는 24일 본회의까지 여야는 막판 수 싸움과 물밑 협상을 치열하게 펼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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