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뉴 관광지]<15>겨울 낭만은 '울진 후포'에서

후포항 붉은대게 먹고 남부해안도로, 등기산 스카이워크 등 즐길거리 풍부
중매인들과 경매사간 치열한 눈치 싸움 붉은대게 경매 모습은 색다른 볼거리

붉은대게 위판 모습. 울진군 제공
붉은대게 위판 모습. 울진군 제공

포말이 부서지는 겨울바다는 낭만과 호젓함을 느낄 수 있다. 동해안의 보물과 같은 곳인 경북 울진은 해안선이 길어 겨울 여행의 백미로 손꼽힌다. 그 중에서도 겨울의 진미(珍味)를 보고 싶다면 후포가 제격일 것이다. 울진의 명물인 붉은대게가 한창 제철을 맞아 위판장 경매 모습은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또 횟집 거리에는 대게를 찌는 냄새가 온통 코를 자극해 미식가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붉은대게를 맛본 후에는 주변의 붉은대게전시관, 울진 남부 해변 드라이브, 등기산 스카이워크, 후포마리나요트장 등도 둘러보는 것도 여행의 덤이다.

◆후포항 붉은대게 경매 모습 신기하기만

매서운 북극 한파가 몰아치는 1월의 후포항. 갯내음이 물씬 풍기는 이곳에 붉은대게를 한 가득 싣고 들어오는 어선들이 분주하다.

흔히 '홍게'라 불리는 붉은대게는 말 그대로 몸 전체가 붉은색을 띠며 수심 1천~2천500m에 서식하는 어종으로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잡을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대게에 비해 그 명성이 가려져 있지만 제철 붉은대게는 대게 못지않게 귀한 대접을 받는 별미다. 또 대게보다 가격이 저렴해 매력적이다.

하지만 대중적인 가격과 맛에 비해 붉은대게를 잡는 일은 여간 수고스러운 게 아니다. 먼바다까지 나가야 하기에 한번 조업에 나서면 길게는 8일까지 바다에 머물 정도로 힘들다.

그래도 어민들은 불만없이 늘 감사한 마음으로 바다가 내어주는 만큼만 거두어 들인다. 그 덕에 지금까지 붉은대게의 명성이 전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후포항에서 치러지는 붉은대게 경매는 꼭 한번쯤 볼만한 풍경이다. 조금만 부지런을 떤다면 붉은 빛 가득한 생생한 체험 현장을 엿볼 수 있다.

어판장에 내려진 붉은대게는 손이 재빠른 아낙들에 의해 경매장 바닥에 펼쳐진다. 크기별로 구분해 일렬로 눕혀놓는데, 상자에서 꺼내 펼치고 경매 후 다시 상자에 담는 과정이 순식간에 진행되는 탓에 처음 보는 이들은 그저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다.

중매인들과 경매사의 치열한 눈치 싸움이 한바탕 벌어지고 나면 비로소 경매가 끝이 난다. 이 모든 것이 신선한 붉은대게를 보다 좋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과정이다. 입찰이 끝나 수조차에 실리는 붉은대게를 보면서 어떤 미식가들의 입을 즐겁게 할지 상상해 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찜, 해각포…붉은대게의 맛있는 변신

후포항 한쪽에는 어시장 난전이 펼쳐져 있다. 다양한 제철 수산물, 건어물과 함께 붉은대게를 쌓아 놓고 파는 상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발품을 팔면 당일 경매에서 제외된 물량과 같이 일부 품목들은 시세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산지에서 바로 맛을 보고 싶다면 뭐니뭐니해도 식당들이 늘어선 후포항 횟집 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찜부터 볶음밥, 탕, 라면 등 붉은대게를 한상 가득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특히 거리를 걷다 보면 붉은대게를 찌는 과정에서 내뿜는 수증기가 확 퍼지는데, 그야말로 '붉은대게 증기 샤워'를 하고 나면 그 냄새에 이끌려 어느 식당이든 들어서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다.

눈길을 끄는 메뉴도 많다. 먼저 붉은대게찜이 있다. 최근 유행하는 미국식 봉지해물찜을 연상케 하는 이 메뉴는 붉은대게에 홍합, 새우, 가리비, 소시지 등을 푸짐하게 넣어 양념을 가미한 요리다.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음식으로, 눈으로 한번, 맛으로 한번 즐길 수 있다.

이처럼 각 식당마다 붉은대게의 명성과 맛을 잇고자 다양한 가공제품과 음식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옛날 지역 주민들이 많이 먹었던 음식이 재탄생된 경우도 있다. 바로 다릿살을 말린 '해각포'다. 조선 중기 허균이 전국 식품과 명산지에 대해 쓴 '도문대작'에도 등장할 만큼 역사가 깊은 음식이라 할 수 있는데, 저장성을 높여 오랫동안 먹기 위한 지혜가 발휘된 음식이다.

손이 많이 가고 가정에서 조금씩 만들어 먹던 음식이었기에 쉽게 맛볼 수 없었던 해각포를 최근 울진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만드는 곳이 생겼다. 향토음식에 지역 사람들의 손맛을 더해 만드는데, 어르신들에겐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젊은이들에겐 맥주 안주 등 새로운 간식으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전통적인 특산물이라도 늘 같은 방식이 아닌, 변하는 시대와 소비자에 맞게 연구하고 알리려는 노력이 특산물과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붉은대게에 진심인 후포 사람들의 도전이 끊임없이 이어져 또 다른 별미가 탄생되길 기대해 본다.

◆해안드라이브, 요트체험 등 색다른 재미도

붉은대게를 맛으로 즐겼다면 주변 붉은대게전시관과 울진 남부 해안도로 드라이브, 등기산 스카이워크, 후포마리나요트장 등도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울진대게홍보전시관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무료 관람의 장점과 더불어 방문 후기는 꾸준히 좋은 편이다. 특히 어린이가 있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라면 더욱 더 가볼 만한 곳이다.

전시관은 대게와 붉은대게, 너도대게 등 다양한 게 종류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시청각 전시가 주를 이루고 있어, 울진대게에 대해 한층 더 깊이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 소소한 체험도 즐길 수 있으니 꼭 한번 들러보자.

또 후포항 북쪽에서 시작되는 울진 남부 해안도로 코스도 볼만하다. 보통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찾아가는 여행에 익숙해져 있겠지만, 이번엔 길이 이어진 대로 몸을 맡기고 따라가보는 건 어떨까.

후포6리부터 평해읍 거일리, 직산리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한적한 어촌의 풍경을 잘 보여준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를 즐길 수 있다. 중간중간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데크도 있어 잠시 머물기도 안성맞춤이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는 평해읍 거일리의 황금대게공원은 더욱 반갑다. 마을의 지형도가 게 알처럼 생겨서 거일리가 되었다는 마을의 역사와 더불어 대대로 대게잡이가 성행했던 '대게원조마을'이다. 공원의 조형물을 보며 잠시 그 당시 대게잡이를 상상해 봐도 좋다.

등기산 스카이워크도 꼭 가봐야 할 곳이다. 20m의 높이에 135m의 길이로 조성된 곳으로 그중 57m의 강화유리 바닥 구간은 스릴을 즐기기에 매우 좋다. 마치 바다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탁 트인 풍경과 시원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파도소리는 일상에 지친 머리와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비나 눈 혹은 강풍이 부는 날에는 오픈하지 않는다.

지난해 8월 준공한 후포마리나항은 레저 선박 307척을 계류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국제 마리나항이다. 유럽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요트의 감성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석양이 물든 바다 위 요트에서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과 와인을 곁들인다면 그야말로 수상낙원이 따로 없다. 이곳은 울진군요트학교를 통해 요트 체험도 가능하다.

등기산 스카이워크. 울진군 제공
등기산 스카이워크. 울진군 제공

후포마리나항 요트계류장. 매일신문DB
후포마리나항 요트계류장. 매일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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