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도체 도시 대구' 첫걸음 뗀다…'전자기기의 눈' 센서에 촛점

내년 설계비 19억 반영 앞둬
총사업비 341억 첫 예산 투입…메모리 분야보다 안정적 실적
ABB 등 신산업 확장에도 도움

영진전문대 반도체 관련 실습 모습. 영진전문대 제공
영진전문대 반도체 관련 실습 모습. 영진전문대 제공

2023년이 '반도체 도시 대구'로 가는 여정의 첫 걸음을 떼는 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꿈틀거린다. 반도체 생태계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구에 '대구형 반도체 팹'(D-fab, 총 사업비 341억원·전액 국비) 구축사업의 첫 예산이 투입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18일 현재 여야 정치권은 내년도 예산안 등에서 합의점 마련에 고심이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법정 시한(12월 2일)과 정기국회 회기(12월 9일)는 진작에 넘겼다. 내년도 국비 예산에서 대구시 경제부서의 관심사는 내년도 국비 신규사업 1순위로 신청한 대구형 반도체 팹 구축사업, 그중에서도 첫 단추인 팹 설계비 19억원 반영이 언제쯤 확정되느냐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정부 원안이 상정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체 감액안을 동시 상정할 태세다"며 "대구 팹 설계비 19억원은 예산 심사 때 감액 논의가 한 번도 이뤄진 적 없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여야 합의안이든 정부 원안, 민주당 감액안 뭐든 관계없이 그대로 반영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예산 방망이를 두드리는 시간이 문제일 뿐, 멀게만 느껴지던 '차세대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은 기정사실이 된 것이다.

대구시 반도체산업팀에 따르면 대구형 반도체 팹은 '전자기기의 눈'인 '센서' 시장에 초점을 맞춘다. 스마트폰에만 40개, 전기차에 200개, 제네시스 G90 차량엔 290개의 센서가 들어갈 정도로 시장이 커졌지만, 앞으로 국제 수요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돼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취지이다.

여기에 삼성·SK 등 대기업이 선점한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센서 반도체는 다품종 소량 생산 위주라 중소·중견기업 중심 산업 구조를 지닌 대구에 적합한 아이템이라는 계산도 깔렸다. 센서는 반도체 전체 시장에서 70%의 비중을 갖는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영역에 속한다. 시장 가격 변동 폭이 큰 메모리 분야보다 안정적으로 실적을 낼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이승대 대구시 혁신성장실장은 "대구는 국내 대학 연구용 반도체 팹 가운데 최고 수준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개발(R&D)용 팹 등 첨단 센서 개발을 지원할 인프라도 있어 대구형 반도체 팹이 지어지면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이라면서 "센소리움 연구소와 연계하면 대구가 육성 중인 도심항공 모빌리티(UAM)와 서비스 로봇, 헬스케어, AI·빅데이터·블록체인(ABB) 분야 고도화, 가치사슬 확장을 이룰 수 있다. 게다가 센서 반도체 전문기업 유치 및 연구·생산인력 고용을 바탕으로 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DGIST가 그동안 운영해온 차세대반도체연구소와 함께 센서 기업들은 앞으로 대구형 반도체 팹에서 마음껏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한편, 대구형 반도체 팹은 내년에 19억원을 들여 설계를 시작해 2024년 상반기 착공 계획이다. 대구시는 2025년 말쯤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팹(fab)= fabrication facility의 준말로 실리콘웨이퍼 제조 공장을 의미. 반도체 생산을 위한 팹은 먼지와 소음, 자장 등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돼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이 같은 주변 여건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실험실을 '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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