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에서 부모 돌봄공백 메워주는 '119 아이행복 돌봄터' 인기

돌봄지킴이 전문과정 수료한 여성의용소방대원이 24시간 아이 돌봐 줘
지난해 소방청 혁신과제 선정, 전국 확대 보급 가능성도

5일 오후 경북 안동소방서의 119 아이행복 돌봄터에서 돌봄지킴이 전문 교육을 받은 센터 직원이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다. 김영진 기자 solive@imaeil.com
5일 오후 경북 안동소방서의 119 아이행복 돌봄터에서 돌봄지킴이 전문 교육을 받은 센터 직원이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다. 김영진 기자 solive@imaeil.com

최근 안동의 맞벌이 가정 아내 A(34) 씨는 둘째 아이가 독감으로 병원에 입원한 가운데 남편도 출근을 하느라 첫째 아이를 돌볼 곳이 마땅찮아졌다. 마침 주변 소개로 안동소방서가 운영하는 119 아이행복 돌봄터를 알고서 돌봄 문의를 했다.

돌봄 전문가가 아닌 소방서 직원이 아이를 얼마나 잘 돌볼 수 있을지 의문도 들었지만, 아동 친화적으로 꾸민 시설을 둘러보고 여성 의용소방대원이 돌봄지킴이 전문과정도 수료했다는 말에 마음을 놨다.

A씨는 "우리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서에서 이런 좋은 서비스까지 제공해 감사하고 고맙다. 덕분에 급한 상황을 넘겼다"고 말했다.

경북에서 부모의 돌봄공백을 24시간 채워주는 '119 아이행복 돌봄터'가 젊은 부부에게 호평받고 있다.

5일 경북도와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119 아이행복 돌봄터는 지역 내 저출생 현상을 극복하고 부모와 아이의 행복을 보장하고자 2020년 7월 이후 경북도내 각 지역 소방서나 119안전센터에 도입해 온 것이다.

첫해 구미와 경산, 영덕소방서에서 시범운영한 뒤 지난해 포항북부와 경주, 김천, 안동 등 9곳에 확대 설치했다. 올해 중 남은 포항남부와 영주, 상주, 문경, 의성, 청도, 고령, 성주, 울진소방서 등 9곳에 돌봄터를 추가하면 지역 내 21개 소방서 전역에서 이를 운영하게 된다.

만 3개월~12세 아동의 양육자가 ▷재난·질병·상해 ▷갑작스러운 출장 또는 야근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의 휴원·휴교 등으로 아이를 돌보기 힘들 때 119나 지역 소방서에 신청해 이용할 수 있다. 24시간 무료 운영한다.

돌봄지킴이 전문과정을 수료한 여성 의용소방대원이 아동을 돌본다. 아이들에게 맞춤형 소방안전 교육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한다.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가정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돕기도 한다.

경북소방본부는 각 시군의 소방서나 119안전센터의 빈 공간에 돌봄터를 설치하도록 한 지역 당 5천만원 안팎의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했다. 이 비용으로 매트, 교보재, 장난감 등을 뒀다.

부모들은 호평 일색이다. 가족 구성원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해야 할 때 등 급한 돌봄공백 때 유용하다는 것이다. 이용자도 ▷2020년 135건 162명 ▷2021년 774건 917명 ▷2022년(11월 말 기준) 1천3건 1천301명 등 증가 추세다.

구미에 사는 B씨는 아내가 심야 시간대 급한 수술을 받던 날 구미소방서 119 아이행복 돌봄터를 급하게 이용하고서 "돌봄지킴이분들이 밤새 잘 돌봐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해 소방청은 119 아이행복 돌봄터를 기관 모범사례로 보고 소방청 혁신과제에 선정했다. 당시 "전국 소방서로 사업을 확대해도 좋겠다"는 긍정적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팔 경북소방본부장은 "젊은 부부가 돌봄공백 때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지역 내 저출생과 인구절벽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갑작스런 돌봄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119나 관할 소방서로 신청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