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중구청 광고물관리팀이 청라언덕역 근처에서 정당 홍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한소연 기자
명절이면 대로변 곳곳에 '우후죽순'으로 걸리는 출마 예정자나 정치인의 현수막이 올해도 반복되는 모습이다. 현수막을 설치한 사람이 수거까지 하도록 관련법이 지난해 개정됐지만 실효성이 부족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오후 대구 중구 신남네거리 인근 횡단보도. 중구청 광고물관리팀이 칼바람을 뚫고 현수막 수거에 나섰다. 기초‧광역의원은 물론 오는 3월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출마 예정자들의 현수막이 주요 길목마다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일부 현수막은 운전자 및 보행자 시야 가려 교통사고 위험이 우려되기도 했다.
수거팀은 3명이 조를 이뤄 기다란 갈퀴로 고정끈을 끊고 현수막을 돌돌 말아 수거 트럭에 실었다. 이날 달구벌대로 수성교에서 계산오거리까지 약 2㎞ 구간 오른편 도로에서만 22개의 현수막을 수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설 명절을 앞두고 홍보‧인사성 현수막을 내걸지 않겠다는 '자중' 메시지를 내면서 예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현수막들은 금세 트럭을 가득 채웠다. 수거팀 관계자는 "오늘처럼 명절 직후나 선거철이면 하루에 200개 가까이 제거하기도 한다"며 "철거작업이 상당히 버겁고, 돌아서면 금세 다시 걸려 있기도 해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정당 혹은 당 대표, 당협위원장 등의 현수막은 허가나 신고 없이 15일간 게시할 수 있다. 현수막에는 게재 기간과 연락처, 설치자 등을 표기해서 수거 책임도 지게 했다.
문제는 게재 기간이 지나 철거를 요청해도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거나, 지자체에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의 과태료 부과 등 처벌 규정은 강제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이어서 지자체가 강하게 단속하기 어렵다.
중구청 관계자는 "각 정당들이 현수막 업체와 설치 계약만 맺고 철거 계약까진 맺지 않는다. 설치 업체에 철거를 요구하기도 어렵다"며 "급한 대로 구청이 제거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광고 등 무허가 불법 현수막도 마찬가지다. 과태료 부과에 따른 민원 처리가 골치 아픈 구청은 계도 위주로만 접근하고 있다. 중구청의 경우 지난해 불법 현수막 과태료 부과 건수가 3건에 그쳤다.
처벌 조항 강화 등 제도적 개선보다 정치권의 의식변화가 먼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 한 시의원은 "우리 지역구는 정당과 관계없이 5명의 의원이 명절인사 현수막 하나를 공동으로 걸고 이름을 같이 넣었다"며 "이런 식으로 서로 자중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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